성서의 '다니엘서'에는 고대 페르시아, 바빌론 제국의 멸망에 이어 알렉산더 제국 역시 로마에 의해 무너지게 되고 말 것이라는 예언이 담겨 있다. 사자굴 속에서도 살아남은 것으로 유명한 다니엘은, 기원전 6세기 바빌론 제국에 포로가 되어 끌려간 유대인들의 처지를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성서학자들은, '다니엘서'가 실제로 써진 것은 기원전 3세기라고 보고 있다. 당시 유대인들은 알렉산더를 계승한 한 갈래인 셀류쿠스 제국에 의해 대학살의 고난을 겪고 있었는데, 에피파네스 4세는 헬레니즘을 단 하나의 성역과 같은 기준으로 만들어 이를 거부하면 광기에 찬 폭력을 휘둘렀다. 따라서 '다니엘서'의 예언은 미래보다는 당대의 고난을 말하는 동시에 이것이 끝날 날이 오리라는 희망이 선포되어 있는 셈이다.
1931년 미국에서 태어난 유대계 작가 E. L. 닥터로는 1971년 소설 '다니엘서'를 세상에 내놓는다. 이 책은 1953년, (재판 당시부터 무죄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원자폭탄 제작 기밀을 소련에 넘겼다는 죄명으로 사형당한 유대인 로젠버그 부부 사건을 소재로 했다. 1950년대 냉전시대의 집단 히스테리 매카시즘을 비판하기 위해 집필한 닥터로는 이 소설에서, 로젠버그 부부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작슨 부부의 아들 다니엘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다니엘은 자신의 부모가 어떤 사유로 사형 당하게 되었는지를 추적해 나가는데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베트남전 반대 운동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던 1960년대 말과 70년대 초반이다. 반전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기 전 미국에서 베트남 전쟁 반대를 말한다는 것은, 성역을 침범하는 일이 되었고 사회적 매장을 당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다니엘은 이런 시대적 모순의 벽을 뚫고 나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다큐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정부의 공식 발표에 대해, 마치 한 편의 뛰어난 추리소설처럼 논리적으로, 그리고 매우 흥미진진하게 여러 가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전문가들의 증언은 대단히 입체적이다. 그런데 이 영화 상영을 막으려는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일종의 성역 침범이라는 것이자, 더는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는 뜻 아니겠는가? 그러나 하나의 기준만 진실이라고 통용되는 순간, 그것은 생각의 자유에 대한 폭력이 된다. '다니엘'이라는 이름은 '신이 나의 재판관이다'라는 뜻을 가졌다./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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