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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노인 무임수송' 손실액 5천억, '정부'는 요지부동…안전시설 투자비용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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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지하철의 모습.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지하철 양공사(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는 연간 약 5000억원에 달하는 '무임수송' 손실에도 코레일과 달리 단 1원의 국비 지원도 못받고 있는 상황이다. /뉴시스

1974년 청량리에 지하철 1호선이 첫 개통된 후 40년이 된 서울지하철은 전동차 노후와 안전시설 등에 재투자를 해야 할 시기다. 하지만 연간 약 5000억원에 달하는 '무임수송'으로 인해 적자폭이 확대돼 안전에 재투자할 돈이 없다.

한국철도공사나 공항철도, 신분당선 등은 중앙정부의 국비 보조로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고 있지만 연간 약 23억명이 이용하는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지하철 양공사(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에는 단 1원도 지원이 없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는 정부에 '노인 등 도시철도 무임수송 관련 국고보조금 지원에 관한 건의안'을 발의했지만 정부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연간 약 5000억원에 달하는 노인 무임수송 손실액은 곧 안전에 투자돼야 할 예산부족으로 이어져 '제2의 구의역 사고'나 '대구 지하철 화제'와 같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나날이 늘어가는 노인인구에 무임수송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코레일'은 되고, '지하철 양공사'는 안돼 

16일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전국 도시철도운영기관 수송인원은 23억8600만명이었다. 이 중 노인, 장애인 등 무임수송 인원은 3억9600만 명으로 전체 수송인원의 16.6%에 달한다. 이로 인한 연간 수입 손실은 4939억 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지하철 1·3·4호선은 서울메트로와 코레일이 구간을 나누어 병행 운행하고 있다. 서울메트로의 경우 한국철도공사와는 달리 무임수송 손실액에 대하여 정부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지하철 운영 주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서울역에서 시청으로 가는 승객에게는 돈을 받을 수 없지만 서울역에서 노량진으로 가는 승객에게는 돈을 받을 수 있는 이상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코레일의 무임수송 손실액 1946억 원 중 57.5%인 1120억 원을 보전해 주었다. 공항철도와 신분당선과 같은 민자 도시철도의 경우도 정부와 직접 운영협약을 맺어 무임 손실분을 포함해 운영적자 전액을 정부에서 보전하고 있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입장에서 보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서울시민을 운송하지만 한편은 지원을 받고 한편은 전혀 받지 못한다. 끊임없이 안전문제는 제기되지만 정부는 서울시와 지하철 양공사에만 책임을 떠넘길 뿐 중앙정부의 국고는 굳게 닫혀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안전한 지하철 운행을 위하여 장기적으로 시설 노후화에 대한 안정적인 재투자와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논의와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무임수송 제도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초고령화 사회, 65세도 '노인'인가 

노인의 법정 연령 65세의 기준은 1871년 독일의 재상 비스마르크가 사고, 질병, 노령 등의 사회복지제도를 만들 당시 사회보험제도 상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를 65세를 결정한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나라가 독일계 '성문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현재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노인의 개념을 규정하는 별도의 법률은 존재하지 않지만 1980년대 노인 관련법을 제정하던 당시 통상 만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본 것이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눈부신 경제발전에 따른 생활수준 향상과 의료기술 발달로 이제 우리는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무임수송 제도'도 국민 복지 차원에서 1980년 처음 실시되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비용은 온전히 지하철 운영기관이 감당하기 때문에 안전 수송이라는 지하철의 기본 기능을 수행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서울메트로는 무임수송 인원이 1억5000만 명, 손실 비용은 1894억 원에 달해 적자액 1427억 원을 훌쩍 넘어선다. 

문제는 무임수송 대상의 80%를 차지하는 노인 인구 비율이 증가하면서 무임 승차자의 비율도 점점 높아진다는 점이다. 서울메트로의 경우 지난 2000년 무임인원 비율은 6.6%였으나 2004년 10%를 기록, 올해는 9월 말 기준으로 13.8%로 높아졌다. 서울메트로는 올해 무임수송으로 인한 수입 손실이 최초로 2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메트로측은 이 손실을 메꾸기 위해 정작 안전시설에 대한 재투자를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메트로의 전동차 10대 중 6대는 사용연수가 20년이 넘어 교체를 해야 한다. 차량 교체 등 전체적인 안전 시설물에 대한 재투자를 해야 하는 시기다.

서울메트로의 경우 2020년까지 안전 분야에만 약 1조8653억 원의 투자비가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무임수송 운영 손실로 인해 재정여건이 좋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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