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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뉴스룸에서] 폼나게 서울을 떠나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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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찾아 10년 전 고향인 광주에서 서울로 온 A씨.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 '어머니의 된장국'을 들으면 울컥했단다. 

'어어어어어어 어머니의 된장국/ 담백하고 맛있는 그 음식이 그리워/그 때 그 식탁으로 돌아가고픈' 반복되는 후렴구가 메아리치듯 빈 가슴을 채웠다. 

고향이 같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첫 아이를 아등바등 키우며 직장을 다녔지만 둘째가 생기자 힘에 부쳤다. 결심을 내렸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남편과 광주에 작은 브런치카페를 차렸다. 광주에선 브런치카페 문화가 움틀 무렵이라 카페는 입소문이 나며 손님을 끌어 모았다. 부부는 다시 '서울엔 있지만 광주에 없는 것'을 고민했고, 현재 북유럽 스타일 가구점을 열 준비에 한창이다. 최근 만난 부부는 서울 깍쟁이들 앞에선 숨겨왔다던 광주 사투리를 마음 편히 풀어내고 있었다. 

여행사에서 근무하던 B씨는 지난해말 경주에 제2의 작업실을 차렸다. 주중에는 서울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경주로 내려가 경주 여행에 관한 책을 쓴다. 경주의 담백한 매력에 새삼 끌렸다는 그는 경주를 알릴 스토리 마케팅을 구상 중이다. 

서울을 향해 세차게 돌진하던 이들이 고개를 돌려 유턴하고 있다. 치열한 '먹고사니즘'에 짓눌리다 숨통을 찾아 지방으로 떠나는 행렬은 점점 거대한 물살이 돼 흐르고 있다. 

이젠 '귀농'이 아니라 '귀촌'이다. 그동안 지방에 정착한다 하면 귀농을 떠올리는 게 우선이었다. 농사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생각해내기 시작했고, 공유하고 있다. '제주 이민'을 떠나 게스트하우스나 식당을 운영하는 것을 넘어서서 고향인 순천에서 문화콘텐츠 기획자로 살거나 전주에서 재래시장 오너셰프로 지내는 등 스펙트럼이 날로 다채로워지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이란 책을 펴낸 출판사 남해의봄날 또한 통영에 자리 잡았다. 규모는 작지만, 올해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 출판 기획 지원 공모에서 500곳이 넘는 대형 출판사를 물리치고 1위를 거머쥐었다. 

서울을 떠나는 이들이 바라는 삶은 소박하다. 가족과의 저녁이 있는 삶, 밥벌이로 지치지 않기 위해 한 달 120만원으로 가능한 삶을 바라고 모색한다. 경쟁에서 진 패배자가 아니라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기획하려는 이들이라 더 응원하고 싶다. 

이번 추석 연휴, 고향을 오고 가며 '어머니의 된장국'이 그리워진다면 고향에서 일하기를 구상해보자. 의외로 넓고 깊은 행복의 광맥이 묻혀있을지 모른다. 


전효순 기자  hsjeo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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