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돈줄' 역할을 하던 전당포가 부유층의 '현금지급기'로 변모하고 있다.

저신용자를 타깃으로 한 전당포는 자취를 감춘 반면 최근 들어 전문직 종사자나 재벌가 자녀를 위한 명품 전당포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저축은행중앙회 등에 따르면 10만원 이하 급전을 빌리는 저신용자용 전당포는 전국 1000여 개로 10년 전에 비해 80%가량 줄었다.

반면 고가의 명품을 취급하는 전당포는 서울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400여 개에 달했다.

이들 명품 전당포에서는 주 고객인 교수·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나 연예인·재벌가 자녀·사업가 등이 명품 가방·시계·골프채 등을 맡기고 현금을 융통해 간다. 스위스 명품 시계(중고 시세 1억2000만원)나 에르메스 가방 5개(개당 중고 시세 1200만원)를 맡기고 각각 7000만원, 6000만원을 빌려가는 식이다.

특히 연예인의 경우 은행보다는 얼굴이 알려질 가능성이 낮은 전당포를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IT전당포도 증가 추세다. 용산 전자상가와 대학가 주변에 자리잡고 스마트폰·태블릿PC, 전문가용(DSLR) 카메라 등을 전문으로 취급한다.

전당포 서비스도 업그레이드됐다. 물품 감정 후 5분 안에 계좌로 입금해주는 건 기본이다.

스마트폰 앱을 통한 감정·거래 방식도 새로 등장했다. 20~30대 명품족이 몰리면서다. 출장 방문은 명품 전당포 사이에서는 당연시된 지 오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전당포가 신용불량자보다 중산층이나 부유층 급전을 융통해주는 제3금융권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