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16강 진출 실패 후 두 국가대표 선수 출신 해설위원들이 남긴 이야기였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이 벨기에전이 끝나고 한 인터뷰에서 이번 월드컵이 '젊은 선수에게 좋은 경험'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이영표 해설위원은 "이번 월드컵은 실패가 맞고, 월드컵에 경험 쌓으러 나오는 팀은 없다.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안정환은 "실력으로 진 것이라 실력을 키워야 한다"며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정신력이 나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들이 후배들을 감싸기보다 실패를 직시하고 어설픈 위로나 정신승리를 안 하는 게 좋았다. 그 이전에 그들은 '이겨본' 경험이 있기에 저런 말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이겨봤다고 해서 실패를 단순히 질책하거나 매도하는 게 아니라 지는 것과 이기는 것 사이에는 진 입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존재함을 그들은 시리도록 겪었을 것이기에 그 냉혹한, 아니 당연한 현실을 외면하거나 축소하진 말자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방송인 코난 오브라이언도 다트머스대학교 졸업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망스러운 일을 겪게 되면서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어 그것이 장차 힘이 되어주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기왕이면, 가급적이면 실패까지 가지 않도록 잘 해야겠지요."
그래, 넌 최선을 다했어.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해. 타인이 내게 위로용으로 해주는 말로서는 괜찮다. 하지만 내가 나를 향해 던지는 말로서는 조금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안 괜찮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내 자신이 잘 알기 때문이고 자기기만이나 자기연민처럼 나에게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글쓰기에서도 '재능보다 노력이 중요하다'가 착한 일반론이지만 현실은 재능이 뒷받침되어야 노력할 의욕이 생긴다. 사실 노력할 수 있는 것 자체도 하나의 재능이다. 일등이 되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내가 나아지는 것, 그리고 나아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음을 말하고 싶었다. 삶은 공평하지 않다.
/임경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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