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서 김상경(41)은 '과작의
배우'로 통한다. 1998년 데뷔후 이제껏 햇수로 16년동안 고작(?) 9편의 영화에만 출연해서다. 그는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화려한
휴가'와 '타워'까지 비교적 흥행 타율은 높지만 규정 타석은 미달인 연기자"라며 냉정하게 자평한 뒤 "'살인의…'에 이어 제2의 대표작이 될
것같은 '몽타주'를 계기로 출연 편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 미제 유괴사건 다룬 휴먼
스릴러
동일한 수법의 여아 유괴사건 두 건이 15년 간격으로 벌어진다. 첫 사건 희생자의 어머니(엄정화)와 당시 범인 검거에 실패한
형사(김상경)는 공소시효 만료 직전 일어난 두 번째 사건의 용의자를 추적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직면한다.
16일 개봉될
'몽타주'의 대략적인 줄거리로,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스릴러의 외피를 뒤집어 쓴 휴먼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시간대를 섞어 배배 꼬아놓은
이야기가 때론 현기증을 일으키지만, 무릎을 탁 치게 만들며 눈물을 왈칵 쏟게 하는 반전이 마지막에 기다린다.
스릴러에 평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김상경이 선뜻 출연 제의를 받아들인 것은 바로 시나리오의 이같은 매력 때문이었다. "피 나오는 장면을 워낙 싫어해 호러는
물론이고 스릴러 역시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특히나 형사물은 '살인의 추억' 이후로 5~6년 들어오는 시나리오마다 문전박대했죠. 그런데
'몽타주'는 달랐어요. 구성이 훌륭해 다 읽고 나서 한동안은 멍한 채로 있었어요. 예상하건데 할리우드가 리메이크할 게 분명합니다.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말이죠. 하하하"
▶ 16년간 9편 출연…과작은
그만
홍상수 감독의 1세대 페르소나로 '생활의 발견' '극장전' '하하하'를 함께 했다. '살인의…'까지 흥행 성공과 칸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 진출 등,
걸작에 출연한 배우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을 10여년전 이미 맛봤다.
그러나 이른
성공은 차기작 행보를 가로막는 걸림돌일 때도 있었다. "제가 하도 자주 출연 제의를 거절하니까 '살인의…'를 제작했던 차승재 전 싸이더스
대표님께서 이렇게 충고하시더군요. '생활의…'와 '살인의…' 수준의 작품만 고르려 하면 안된다고요. 겉으론 아니라고 했지만 솔직히 눈높이가 너무
높았던 건 사실입니다. 좀 더 유연한 시선으로 작품을 대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앞으론 일년에 두 편 꼴로 영화에 출연하고
싶습니다."
5년전 미모의 치과의사 아내와 결혼해 낳은 아들이 벌써 네 살이다. 자녀의 성장도 그가 바뀌어 가고 있는 이유다.
가장으로서의 경제적 부담도 완전히 무시할 순 없지만, 그 보다는 연기자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김상경은 "다행히 나나 집사람이나 유난 떠는 걸 싫어해 아이는 평범하고 순하게 키우고 싶다"면서 "아빠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무슨 일이든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교육 아니겠나"라고 말했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사진/김상곤(라운드테이블)·디자인/양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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