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연예

[조성준의 칸 리포트]화려한 3D 치정극으로 탈바꿈한 '위대한 개츠비'

반응형

 
 
20세기 미국 소설의 걸작으로 꼽히는 '위대한 개츠비'가 생기발랄하면서도 고급스럽고 화려한 3D 치정극으로 재탄생했다.

16일 국내 개봉에 앞서 15일(현지시간) 제66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베일을 벗은 '…개츠비'는 고전의 영화화라면 먼저 떠오르는 선입견, 즉 고리타분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오감을 자극하는 영상과 음악으로 먼저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마저 MTV식 청춘 로맨스물로 바꿔놓는 호주 출신 바즈 루어먼 감독의 솜씨 덕분이다.

내용은 누구나 알고 있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 소설과 같다. 대공황이 오기 전 방탕한 기운에 젖어사는 192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정체불명의 억만장자 개츠비(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첫사랑 데이지(캐리 멀리건)를 되찾으려 하지만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는 이야기다.


   
 
로버트 레드퍼드와 미아 패로가 주연했던 동명의 1974년작을 오래전 봤던 장년층이라면 당황할 만한 구석이 많다. 우선 비주얼 전개가 그렇다. 일례로 상류층의 비밀 사교클럽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힙합 음악이 흘러나오고 흑인 여성들의 군무는 비욘세와 리한나를 연상시킨다.

3D 효과가 입혀진 극중 추락 직전의 뉴욕은 마치 바벨탑에 매달려 살던 고대 바빌로니아처럼 그려진다. 잘 쓰면 약이 되지만 못 쓰면 독이 되는, 3D란 '양날의 검'이 액션과 SF가 아닌 드라마에도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2시간 21분이란 다소 긴 상영시간이 그리 길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여기에 감정의 흐름을 쥐락펴락하는 편집까지 더해져 지루할 새가 없다.


   
 
디캐프리오와 화자 닉 역의 토비 맥과이어, 데이지 역의 캐리 멀리건 등 주요 출연진의 호연도 한몫한다. 특히 한국 나이로 올해 마흔이 된 디캐프리오는 얼마전 개봉됐던 '장고 : 분노의 추적자'의 악역에 이어 필생의 열연을 펼친다. '로미오…' 이후 17년만에 루어먼 감독과 다시 손잡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연기파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듯하다.

다만 세계 영화의 향후 흐름을 제시해야 하는 칸의 개막작으로 적절했는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실험성과 독창성 보다는 대중적인 재미와 완성도에 치중했기 때문일텐데, 오히려 일반 관객들한테는 환영받을 만한 대목일지도 모르겠다.

한편 디캐프리오와 루어먼 감독 등 출연진과 제작진은 15일 프랑스 칸을 찾아 이날 오후와 밤에 열린 공식 기자회견과 개막식에 참석했다./칸=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