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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트렌드 읽기] 창의성 보다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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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더 퓨쳐'는 응사세대 전후라면 영화를 넘어 명화로 회자되는 SF 작품이다. 주인공은 괴짜 과학자가 만든 자동차를 타고 시속 88마일로 달려 원하는 시간대로 이동한다. 마이클 제이폭스란 배우는 일약 세계적 스타로 떠올랐고, 사람들의 상상력은 달 착륙으로 만들어진 우주여행에서 시간여행으로 옮겨졌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미래로 가기 위해 설정한 시간은 '2014년1월26일 1시21분'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다.

앨빈토플러는 1980년 '제 3의 물결'이란 책에서 정보통신기기의 대중적 보급으로 나타날 탈대중화사회를 예측했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고갈에 따른 대체 에너지의 필요성,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합쳐지는 생산소비자의 개념도 피력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앨빈토플러는 문명비판가 혹은 문명평론가였다. 지금은 미래학자의 시조로 손꼽힌다. 유엔미래포럼, 세계미래회의, 세계미래학회, 국제미래전문가협회, 국제응용미래협회 등 대형 미래학회 들의 출발점인 셈이다.

헐리웃 영화제작사들은 더 이상 SF 작품을 못하게 될까 걱정이다. 관람객의 상상력을 뛰어 넘는 환상을 그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상을 하든 관람객에게 새로움을 주지 못한다며 안절부절이다. 우주, 로봇, 외계인, 시간여행 등 모두 마찬가지다. 반면, 영화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던 오페라뮤지컬연극은 창의적 작품이 쏟아지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나 연출가는 SF적 상상력이 아닌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무장하고 전진 또 전진한다.

우리는 표준화에 이끌려 살아 왔다. 삶의 모든 행위를 사회적 기준에 맞느냐, 그렇지 않느냐 혹은 기준을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로 유효성을 판단했다. 그러는 동안 자연스레 사람이 가진 고유한 특질은 무시됐다. 오욕칠정으로 대변되는 감정과 자유, 평화, 박애로 얘기되는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지, 덕, 체로 압축되는 건강함의 가치는 '따위'로 폄하돼 희소성이 높아졌다. 덕분에 사람이 가진 근원적 요소의 소중함이 드러나게 됐다.

바야흐로 상상력 혹은 창의성보다 책임감이 주목 받는 시대다. 창의성은 흔해졌고, 책임감은 희소해졌기 때문이란 게 씁쓸하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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