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엠넷 '댄싱 9' 남매 댄스 스포츠
마스터
부모님은 댄스 스포츠 개척자 '매의 눈'으로 심사 에피소드? 어린 참가자 다수 공연후
울음
엠넷의 댄싱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은 수준높은 춤꾼들이 선보이는 환상적인 춤만큼이나 두 팀으로 나눠져 이들을
발탁하는 마스터들의 팽팽한 신경전이 큰 재미다. 그중 댄스스포츠 선수 출신인 박지은(34)과 박지우(32)는 친남매 사이인데도 각각 블루아이팀과
레드윙즈팀의 마스터로서 양보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두 사람을 이들이 운영 중인 강남의 댄스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 어릴적부터 경쟁 익숙…'춤꾼=딴따라' 편견 깰 것
방송에서는 주로 심사석에만 앉아 있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댄스 스튜디오의 플로어에 오른 남매는 카메라의 플래시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춤을 추듯 포즈를 취했다. 남매 아니랄까봐 두 사람의
호흡이 척척 맞았다.
방송에서의 경쟁이 난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어릴 적부터 우리끼리 경쟁하는 게
익숙하다"면서 "방송에서는 특히 개인이 아닌 팀별 자존심 대결이기 때문에 봐주는 건 절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 뒤 웃었다.
그런데
사실은 의기투합한 셈이다. 전국에서 모인 2만여 명의 지원자 중에서 실력있는 춤꾼들을 발굴하고, 춤꾼을 '딴따라'로 칭하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일부 사람들의 편견을 바꾸기 위해 나란히 참여를 결정했다고 했다.
그런 만큼 심사 기준은 까다롭다. 공통적으로 댄스스포츠뿐 아니라
현대무용·비보잉·K-팝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을 다 소화할 수 있으면서 춤에 대한 진정성을 지닌 참가자를 뽑으려 한다. '춤을 즐기는 사람',
'나를 춤추게 하는 사람'은 박지은과 박지우가 각각 뽑은 진정성의 요건이다.
심사를 하며 에피소드도 많았다. 매서운 눈을 가진
마스터들 앞에서는 아무리 날고 기는 실력을 가진 참가자라도 긴장할 수 밖에 없어서다. 어린 참가자들 대다수는 무대에서 내려가면 울음을 터뜨리기
일쑤였고, 경험 많은 실력파 참가자조차 부상이 잦았다.
"저 역시 발목 부상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다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요.
참가자가 '쾅' 하고 떨어지는 모습만 봐도 부상이라는 감이 오는데, 제 발에 아픔이 전달되는 느낌이죠. 그러나 무대 위에선 몰입해서 아픔조차
잊고 춤을 추는 게 바로 춤꾼들이랍니다." (박지우)
# 사명감 똘똘…세계서 통하는
스타 나왔으면
남매는 국내 댄스스포츠계의 산 증인이다. 이들이 걸어온 길을 보면 한 프로그램에 나란히 발탁된 게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댄스스포츠의 불모지였던 한국 출신으로 2005년 마카오 동아시안게임을 비롯해 여러 해외 대회의 상을 휩쓸며 춤의 새 역사를
써나갔고,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대중화에 앞장섰다. 박지은은 MBC '무한도전' 멤버들의 춤 선생으로, 박지우는 MBC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 제시카 고메즈와 최여진의 파트너로 이름을 알렸다.
더욱이 서울시 댄스스포츠 경기연맹 회장과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국내
댄스스포츠 1세대인 부모(박효·김숙희)의 피를 이어받은 타고난 춤꾼들이다. 부모는 해외에서는 귀족들이 추는 사교 춤으로 인식되지만 국내에는
카바레를 통해 처음 들어온 탓에 불륜을 조장한다는 편견을 얻은 댄스스포츠를 양성화시키는데 평생을 바쳤고, 남매는 어릴 적부터 춤을 추면서 그런
부모의 뜻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았다.
"지금은 댄스스포츠가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부모님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어요.
어릴 적 부모님의 직업을 누가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지 못했으니까요. 나중에야 좋은 문화를 알게 해준 부모님께 감사하게 됐죠. 댄스스포츠의
개척자였던 부모님의 바통을 이어받은만큼 늘 사명감을 갖고 춤을 춰요." (박지은)
현재는 실력있는 춤꾼을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박지은은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무용예술학부 실용무용학과 교수로 출강하며 제자를 기르고 있고, 박지우는 '아시안 투어 코리아 오픈 댄스스포츠
챔피언십'을 주최해 춤을 출 무대를 마련하는데 힘쓰고 있다. 둘 다 바쁜 가운데 틈틈이 각종 해외 대회의 심사도 한다.
남매는 입을
모아 "댄스스포츠가 대중화가 됐다고 해도 아직은 부족하다. 김연아처럼 댄스스포츠계에도 전 세계에서 통하는 대중성있는 스타가 나와줘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활성화되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사명감을 내비쳤다./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사진/박동희(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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