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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

벼랑끝에 내몰린 한국경제, 한치 앞 내다 보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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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느리게 가는 자전거입니다. 쉽지만 균형 잡기가 힘들죠. 입맛에 맞는 먹거리만을 찾다가는 쓰러집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13년 '2차 한국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서서히 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에 비유하며 저성장을 극복할 체질변화를 주문했다. 2년이 지난 현재 맥킨지의 눈에 한국은 여전히 데워지는 '물속 개구리'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2.7%에 머물 것으로 본다.

안팎에서 터진 내우외환은 한국경제를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옐런(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장)은 9월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하고 있고, 한국경제의 기둥인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 사태로 흔들리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은 소비를 더 위축시킬 가능성이 커졌다. 제5차 핵실험 이후 커진 북한 리스크도 한국경제의 위협 요인이다.

'느리게 가는 자전거'를 밀고 끌어줄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신음하는 한국경제, 일본식 불황에 빠지나

북한의 5차 핵실험 소식에도 굳건하던 한국 금융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6.39포인트(2.28%) 급락한 1991.48로 마감했다. 

동시 다발로 터진 악재가 문제였다. 

특히 직격탄을 날린 것은 시총의 18% 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발 리스크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 이슈는 전량 리콜 조치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세계 각국 정부와 삼성전자가 사용 중단을 권고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는 모습이다. 그 영향으로 삼성전자는 7%에 가까운 낙폭을 보이며 시장 전체에 충격을 줬다.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우려감도 다시 확대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은 최근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내놨다.

북한 핵실험도 언제든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는 악재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일부 해외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지속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 우발적 충돌(accidental conflict)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화나 한국 주식의 매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즉시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을 가동,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국내외 금융 및 실물경제 동향 점검에 들어갔다.

문제는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곳곳에서 한국경제의 신음이 들린다. 올해 2·4분기(4~6월)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0.8%에 그치며 3개 분기 연속 '0%대 성장'을 이어갔다. 최근 교역 조건이 악화되면서 국민총소득(GNI)은 1년 9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수출은 계속 줄고 있다. 지난 7월 상품, 서비스를 종합한 경상수지 흑자는 87억1000만달러(약 9조7255억원)로 집계됐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줄어 나타난 불황형 흑자다. 수출은 지난해 7월보다 10.0% 줄어든 425억1000만 달러였고, 수입은 15.1% 감소한 317억 달러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9월 들어 지난 10일까지 수출액은 135억3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뒷걸음질 쳤다. 특히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물류 차질 등이 가시화되고 있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10월 '소비 절벽' 우려도 여전하다.

상황이 이쯤 되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7%(한국은행)도 달성이 어렵다는 시각이 고개를 든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9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지만 국내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점과 가계부채의 높은 증가세, 미국 연준의 연내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 등에 유의했다"고 밝혔다. 

◆ 해법은 체질 개선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응답자 94.4%, 일정 부분(73.6%), 상당히(20.8%).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6년 투자환경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의 한 내용이다. 우리나라 기업 10곳중 9곳이 불황을 걱정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이런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것은 최근 우리 경제의 양상이 일본이 걸어온 길과 닮아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일본 경제를 보듯 경기, 물가의 동반 하강은 한 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날 수 없는 늪과 같다고 경고한다.

실제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선진국의 경기호황,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신흥국을 각각 디딤돌 삼아 위기를 벗어났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비빌 언덕이 없다.

산업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대한민국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전자업의 경우 2010년 한국의 매출증가율은 25.55%로 4개국 중 가장 높았으나 2014년에는 4.10%를 기록해 미국 5.94%, 일본 6.68%, 중국 9.84%보다 낮았다. 해운, 화학, 자동차, 철강 등도 뒷걸음 하고 있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만성적 저성장을 막으려면 단기적 재정·통화정책보다 중장기적으로 출산, 보육, 교육, 서비스업 육성 등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부진의 원인이 낮아진 성장잠재력 때문이라면 부양책 보다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으로 경제의 실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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