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에 새싹이 움트듯 세상이 푸르게 물들었다. 일상에 활용하기는 다소 과감한
색상으로 여겨졌던 그린색이 패션·쥬얼리를 시작으로 IT소품까지 파고들어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봄과 함께 시작된 '초록빛 열기'는 올해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권보람기자 kwon@metroseoul.co.kr
글로벌 색채기업 팬톤 컬러연구소가 지난해 말
'올해의 색'으로 에메랄드 그린을 선정했을 때만 해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았다. 익숙하지만 튀는 빛깔이라 생활 속에 녹아들기 힘들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팬톤 컬러연구소 측은 "균형미와 안정감을 지닌 에메랄드빛이 패션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시장까지 선도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올봄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반응한 분야는 패션이다. 루이뷔통은 2013 봄/여름 컬렉션에서 그린 컬러 격자무늬
원피스와 핸드백으로 눈길을 사로잡았고, 발망은 2013 가을/겨울 컬렉션에 에메랄드 보석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상의를 선보여 초록빛 흐름을
주도했다. 게스는 에메랄드 그린으로 물든 '힐링 언더웨어'를 선보였다. 게스 관계자는 "에메랄드 그린이 가진 치유의 이미지를 극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배우 한지혜·한고은·가수 이승기 등 국내 패셔니스타들 역시 그린 컬러로 패션 감각을 뽐냈다. 배우 김희선은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버버리 프로섬 여성 컬렉션쇼에 자수 장식이 돋보이는 초록색 트렌치 드레스를 입고 참석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모노·브라운 컬러가 주를 이루던 아이메이크업에도 그린이 등장했다. 메이크업 브랜드 '엣지핏'은 최근 신제품 '킬힐 스윙
마스카라'의 대표색을 에메랄드 그린으로 선정하고 속눈썹을 드라마틱한 초록빛으로 물들인 서인영의 메이크업 화보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에메랄드 그린에서 뻗어 나온 민트도 주목받고 있다. 덴마크 쥬얼리 브랜드 필그림은 민트색 장식이 돋보이는 '고준희 에티튜드'
라인을 출시하고 초록빛 시장에 뛰어들었다. 필그림 관계자는 "민트 색상 제품이 전체 판매량의 45%를 차지하는 등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그린은 봄의 싱그러움과 산뜻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채도가 높고 화려해 이목을 끄는 색상이기도 하다. 그린 아이템에 처음
도전한다면 회색 등 무채색 계열의 색상을 바탕으로 안정감을 주거나, 골드·블랙 등 무거운 느낌의 색상과 조합해 고급스럽게 연출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흰색과 에메랄드 그린을 매치하면 발랄하고 신선한 느낌이 강조된다.
한국 케엠케 색채연구소는 최근 유행 중인 녹색 열풍에
대해 "자연에서 온 색상인만큼 사람들의 지친 감성에 활력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밝은 미래를 연상시키는 컬러"라고 평가하면서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과거에는 낯설고 부담스럽게 여겨졌던 초록 계열 색상으로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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