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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

사우디-이란 국교 단절에 유가 급등(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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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에 시위대가 불을 질러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원유시장 복귀를 앞둔 이란에 국교 단절을 선언하면서 유가가 급반등했다. 사우디가 원유시장 패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과 저유가 치킨게임을 벌이던 상황에서 중대 변수가 등장했다. 

4일 CNBC에 따르면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한때 전 거래일보다 3.4% 오른 배럴당 38.32 달러까지 치솟았다. 브렌트유는 2.3% 오른 배럴당 38.12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우디와 이란이 충돌할 경우 원유 공급이 줄 것이란 불안감이 작용한 결과다. 

사우디의 유전지대는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바라보고 있는 동쪽에 집중돼 있다. 이 지역은 시아파가 다수 살고 있다. 대부분의 이슬람국가들에서 수니파가 주류이지만 이란은 다르다. 시아파의 발원지로 종주격이다. 현재는 영토가 축소됐지만 과거 전성기에는 이라크의 일부 등이 이란에 속해 있었다. 이라크 남부나 사우디 동부에 시아파 인구가 많은 이유다. 사우디와 이란 간의 분쟁이 무력충돌로 번질 경우 시아파 인구들이 유전지대에서 혼란을 야기하면 원유 생산에 차질이 발생한다. 국제원유시장이 민감하는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사우디가 시아파 지도자를 테러 혐의로 처형했다고 발표한 뒤로 이란과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이란 측의 석방 요청을 대놓고 무시했기 때문이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리 알리 하메네이는 "신의 복수가 사우디 정치인들의 앞에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분노한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했다. 시위대는 사우디 대사관에 불을 지르고, 사우디 국기를 강제로 끌어내렸다. 다음날 사우디는 이란에 외교 관계 단절로 응수했다. 이란 외교관들에게는 48시간 이내에 떠나라고 통고했다.

중동에서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파 싸움은 잠복한 폭탄이나 다름 없다. 시아파 지도자의 처형이 부를 후폭풍은 충분히 예고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디가 무리수를 둔 것은 사우디 왕가의 입지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예멘 내전이 장기화 되면서 중동의 맹주라는 위상이 흔들렸다. 또한 셰일오일 업계와의 원유시장 패권 전쟁이 길어지면서 피해가 심각해지자 석유수출국(OPEC)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사상 유례 없는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석유가격을 전격 인상하고 국민에게 지급하던 보조금까지 축소했다. 

반면 이란은 지난해 미국과의 역사적인 핵협상 타결로 중동에서 위상이 높아졌다. 미국의 봉쇄에도 굴하지 않고 성과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위기감을 느낄만한 상황이다. 그 돌파구로 이란과의 충돌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사우디와 이란 간의 분쟁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세계는 긴장을 끈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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