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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

[운송혁명이 세상을 바꾼다] ②도로를 달리는 제2의 집 '자율주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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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벤츠의 럭셔리 자율주행차 콘셉트카인 F015의 실내공간.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올해 들어 자율주행차 기술의 발전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구글, 애플, 테슬라 등 미래 기술의 선두주자들이 너나없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든 결과다. 최근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는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 시한을 '2년'이라고 못박기도 했다. 기술이 완성되면 이후는 상용화 단계다. 법과 제도적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넘지 못할 장애물은 아니다. 주요 선진국들이 상용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성큼 다가온 셈이다. 이제 자율주행차 시대가 가져올 변화를 준비할 때다.

문화비평가인 마샬 맥루한은 "인간이 도구의 모양을 결정하지만, 그 도구는 인간 삶의 형태를 결정짓게 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변화를 설명하기에 안성맞춤인 말이다. 운전대에서 자유로워진 인간은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에 그치는 데 만족하지 못한다. 자동차는 인간이 이동하면서 먹고, 마시고, 자고, 일하는 공간이 된다. 이를 위해 자동차의 내부공간이 작은 주거시설처럼 변한다. 이에 따라 자동차가 달리는 외부환경도 달라진다. 물리적 환경만이 아니라 경제·사회·문화적 환경까지 달라질 수 있다.

'포츈 500대 기업'의 경영 전문가인 앰버 케이스는 자율주행차의 내부공간이 거실이나 침실처럼 변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생활공간으로의 변신이다. 고품질의 영상·음향장비와 화상전화 등 각종 첨단설비를 갖추면 자율주행차의 내부는 크기만 작을 뿐 안락한 휴식공간이자 효율적인 작업공간이 된다. 바쁜 현대인의 일상생활을 감안하면 차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집에 머무는 시간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움직이는 생활공간의 등장은 사생활과 직장생활의 경계를 무너뜨려 삶의 형태를 현재보다 더욱 다양하게 만든다.

일상생활이 차를 중심으로 돌아가면 도시의 모습도 변할 수밖에 없다. 주차장이 가장 중요한 사회·문화공간으로 떠오르고, 각종 서비스 시설도 차가 머물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주차장, 샤워장, 식당, 세탁소물품보관소, 레저시설 등이 한 자리에 모인 복합시설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인가정이라면 주택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도시의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의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면 교통사고가 거의 사라질 거라는 전망은 기본이다. 연비 최적화로 공기가 현재보다 맑아지고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를 운전하는 인공지능의 효율성에 맞추어 도시의 교통 시스템의 변혁도 기대할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정보단위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미시간대학 교통연구소의 피터 스웨트맨은 자율주행 시스템에는 자동차와 자동차간(vehicle-to-vehicle), 자동차와 인프라시설간(vehicle-to-infrastructure)이 통신이 필수라고 했다. 자동차의 안전한 주행을 위해서다. 이 같은 통신 시스템으로 인해 자동차의 경로, 목적지 상태 등의 자료가 시간별로 기록된다. 자동차가 생활공간이 된 상태에서 이는 곧 사생활 정보의 성격을 띤다. 도시 전체로 확대하면 거대한 빅데이터의 출현이다. 빅데이터의 출현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법·제도 마련이 이루어진 다음 논의해야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제까지의 모든 변화 과정에서 산업의 흥망이 수반된다. 우선 화석에너지산업, 자동차 수리업, 보험업 등 전통적인 자동차 관련 산업이 쇠퇴할 전망이다. 주거 수요 감소로 부동산 관련 산업 역시 쇠퇴 가능성이 점쳐진다. 반면 레저산업, 외식산업, 자율주행차용 정보통신(IT)산업 등 새로운 변화가 요구하는 신산업의 부상이 예상된다. 

이 모든 변화가 점진적으로 다가올 지, 아니면 보다 급진적으로 다가올 지 아직은 분명치 않다. 또는 저항에 부딪쳐 예상했던 변화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점진적인 변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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