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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삼성반도체…미운오리 새끼에서 사업보국 주역 ‘탈바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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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나원재 기자] 삼성전자가 세계 처음이자 최소 크기인 10나노급 8Gb DDR4(Double Data Rate 4) D램을 양산하며 다시 한 번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를 돌파했으며, 이는 메모리 기술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개발한 18나노 D램은 회로 선폭이 10만분의 1 수준으로, 20나노급 보다 더 정교하게 회로를 새겨 넣을 수 있다. 가령, 자동차가 정보를 운반한다고 가정하면 보다 촘촘하게 구성된 도로에서 자동차가 운반하는 정보량은 많아진다는 의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10나노급 D램으로 경쟁사들과 최소 5년 이상 기술 격차를 넓혔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2020년이 돼야 10나노급보다 아랫 기술인 20나노급 D램을 양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년 이상 세계 이끌었지만… 그만큼 노력으로 결실

삼성전자에 있어 반도체 사업은 지난 20년간 세계시장을 평정해온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 이면엔 시장을 선도해온 시간이 있었다. 그 만큼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시간도 어느덧 40년을 훌쩍 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74년 반도체 사업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미 성장궤도에 오른 미국과 일본보다 27년이나 뒤쳐진 시기다.

당시 미국과 일본의 화두는 컴퓨터와 반도체였다. 미국의 경우 1947년 '윌리암 쇼클레이'에 의해 세계 처음으로 트랜지스터가 개발됐고, 1959년 페어차일드사가 집적회로(IC)를 개발하면서 세계 반도체 산업의 포문을 열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1965년 미국 코미그룹의 투자로 설립된 고미반도체를 시작으로 1974년 1월 캠코(KEMCO)와 미국 현지법인 IC2가 합작해 '한국반도체'가 설립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세계 오일 파동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었던 터라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하이테크산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같은 해 12월 공장설립 과정에서 파산 직전인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과정에서 반대의견이 많았지만,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가 삼성전자의 미래 씨앗이 될 것으로 확신해 과감하게 투자했다는 후문이다.

그렇게 삼성전자는 한국반도체를 반도체사업부로 흡수·개편했지만, 자체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자본금을 모두 잠식한 채 여러 번 위기를 겪으면서 그룹 내 미운오리로 낙인찍히는 형국까지 치달았다.

고 이병철 선대회장은 이를 경험부족으로 판단하고 삼성보다 앞선 기업에 자문을 구했지만, 결국 거절당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주위 냉소적 반응에도 굳건한 의지로 승부수

하지만 이는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의지를 더욱 확고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고 이병철 선대회장은 1983년 2월8일 오랜 고심 끝에 반도체사업 진출과 함께 64K D램 기술 개발 착수를 천명했다.

반대 여론과 냉소적인 업계 반응은 여전했다. TV도 제대로 못 만드는데 최첨단 사업을 하는 것은 위험해 3년 내 실패할 것이란 얘기마저 나왔다. 국내 사업은 반제품을 들여다 가공, 조립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가전제품용 고밀도 집적회로(LSI)를 간신히 만드는 수준으로는 어림없을 것이란 판단이 강했다.

삼성은 이에 아랑곳 않고 첫 번째 메모리 제품 사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D램을 선택하고, 당시 세계 D램 시장 주력 제품인 64K D램을 1983년 5월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6개월 만인 12월1일 삼성은 국내 처음으로 64K D램 개발에 보란 듯이 성공했다.

삼성은 여세를 몰아 기흥을 공장부지로 최종 확정했고, 임직원들은 설계와 시공 등 모든 작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동기화 전략'을 펼치며 국내 반도체산업의 메카 '기흥벨리'를 완성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1992년 64D램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하면서 일본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삼성전자는 1994년 256M D램과 1996년 1Gb D램을 세계 최초로 잇따라 개발하면서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게 됐다.

2002년엔 손가락 마디만한 USB 메모리의 대중화, OneNANDTM(낸드플래시+노어플래시) 개발, 2006년 차세대 메모리 사업 육성을 위한 OneDRAMTM 개발, 2007년 대용량·초고속의 플렉스(Flex)-OneNANDTM 개발로 고성능 스마트폰에서 퓨전 메모리 시대도 열었다.

삼성전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1년 20나노급 D램을 세계 처음으로 양산하면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20나노급 후반에서 초반까지 공정을 고도화했다.

◆또 다른 한계 도전은 꿈 아닌 현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반도체 기술의 한계는 또 다시 깨지게 돼 있고, 주인공은 삼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10나노 초반대 D램 개발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6일 수요사장단협의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10나노 초반대 D램 개발도 무난하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그간 "반도체 기술에 한계는 없다"고 강조해왔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경기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라인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평택 반도체 단지의 전체 부지는 축구장 약 400개 크기로, 오는 2017년 상반기 생산을 시작할 전망이다.

평택 반도체 단지는 조성 완료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란 수식어가 붙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를 계기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종합 반도체 1위 기업'이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운오리 새끼'에서 '사업보국의 주역'으로 날개를 단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또 다른 한계를 지켜볼 이유는 충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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