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들 소비의 한 특징이 '저가지향적'이라는 보고가 있지만, 실제와는 다르다. 김씨처럼 보다 싼 가격을 찾아 반년전에 미리 예약하는 사람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이씨같은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씨는 미리 예약하면 한번 여행에 50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지만 일정에 구속받지 않는 대가라고 생각한다. 순수한 자유로움을 즐기겠다는 것이다.
쇼핑을 하기에는 도쿄가 좋지만 이씨는 쇼핑에는 관심이 없다. 조금 더 쌀 뿐 한국에서도 같은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휴식을 위한 여행인만큼 이씨는 숙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단 솔로 여성들은 여행짐이 많은 탓에 넓은 호텔방을 선호한다.
숙소가 가장 중요하기는 박소현씨도 마찬가지다. 박씨는 왠만해서는 호텔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어쩌다 밖으로 나가더라도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자신만의 장소를 반복해 찾는다. 보통은 호텔시설을 즐기는 것으로 하루를 모두 보낸다. 그래서 박씨는 '원플러스원 해피아워' 이벤트나 '호텔 데이트립' 패키지를 제공하는 동남아 호텔을 자주 찾는다. 해피아워 이벤트로 맥주와 햄버거를 무한정 즐기고, 데이트립 패키지로는 저렴한 가격에 호텔마다 각기 다른 시설들을 모두 즐길 수 있다.
이씨는 "여행이란 일상의 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결혼해서도 이런 생활이 계속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혼자가 아니니 일단 여행비용이 만만치 않고, 아이까지 생기면 여행지를 고르는 데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보통 아이를 가진 그녀의 친구들은 리조트가 편리한 괌을 찾는다고 한다. 리조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서다. 이씨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배우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여행은 이미 일상의 일부다. 새로운 볼거리를 찾아 떠나는 관광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깨우치는 시간이다.
이씨에게 처음부터 여행이 이같은 의미를 가졌던 것은 아니다. 대학시절 여름방학 때마다 해외여행을 갔지만 당시에는 관광지를 찾아 다니기에 바빴다. 싼 먹거리, 불편한 잠자리에도 신경쓰지 않았다. 다시 와볼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에 되도록 많은 곳을 둘러보려고 열심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씨가 취직하면서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자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곳에서 편히 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자신에게 모든 것을 투자할 수 있는 싱글족이 되자 어느 정도의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솔로이코노미의 주역이 된 것이다.
이처럼 아직은 여성 싱글족에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여행에 빠져 사는 남성 싱글족이 늘고 있다. 최근 결혼해 싱글족에서 탈출한 최재성(가명, 42)씨는 결혼 전까지 여성 못지 않게 여행을 즐겼다. 그도 이씨처럼 유명 관광지가 아닌 즐겨가는 자신만의 여행지가 있다. 태평양의 열대섬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매혹된 오키나와다. 그는 오랜 시간 오키나와에 빠져 살았다. 주말 이틀 일정으로 오키나와를 다녀오는 일도 잦았다. 오키나와 주민만큼이나 지역의 속사정을 꿰고 있을 정도가 되자 친구들을 잔뜩 끌고 다니기도 했다. 어느 골목에 맛집이 있는지, 어느 민박집이 저렴한지 그에게 물어보면 척척 답이 나온다. 지난해 여름 최씨의 친구들은 그 덕분에 40만원대에 일주일 동안 오키나와에서 즐거운 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
최씨보다 한발 더 나가 아예 장기체류를 하는 사람도 있다. 정주한(가명, 33세)씨는 지난해 봄에 반년간의 밀라노 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밀라노는 로마 다음 가는 이탈리아 제2의 대도시에 패션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관광명소가 넘쳐나는 것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반년간의 현지생활에서 정씨가 누비고 다닌 곳은 밀라노 변두리의 평범한 골목길이다. 그에게 밀라노는 구경거리가 아닌 일상을 즐기고 싶은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밀라노는 오가는 비행기삯은 비싸지만 물가가 낮아 살면서 큰 돈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기회가 되면 다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씨나 최씨 역시 이씨와 그 친구 못지 않은 솔로이코노미 주역. 아직은 술자리가 좋은 김씨 역시 서서히 여행의 매력에 빠져들 듯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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