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를 타고 내려온 아기 공룡, 타임머신과 함께 지구에 떨어진 외계인,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타조. 80년대에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라면 무슨 이야기인지 단번에 알아챌 것이다. 바로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둘리와 도우너, 또치 이야기다.
1983년 만화잡지 '보물섬'에서 처음 연재된 '아기공룡 둘리'는 21세기인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만화다. 그런데 바로 둘리와 친구들이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지하철 4호선 쌍문역 근처에 있는 둘리뮤지엄(서울시 도봉구 시루봉로 1길6)이 바로 그곳이다.
둘리뮤지엄은 쌍문역 2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도봉07을 타면 갈 수 있다. 조용한 아파트 단지 속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길 건너편에서 환한 모습으로 반겨주는 둘리와 희동이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이 바로 '아기공룡 둘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둘리뮤지엄이다.
쌍문동에 둘리뮤지엄이 생긴 것은 바로 이곳이 '아기공룡 둘리'의 주요 이야기 무대이기 때문이다. 원작 만화 속에서 둘리는 빙하 속에 갇힌 채 우이천을 따라 내려오다 철수와 영희를 만나 쌍문동에 있는 고길동의 집에 더부살이를 하게 된다. 이에 도봉구가 2015년 원작자인 김수정 작가가 설립한 둘리나라의 감수를 받아 이곳에 둘리뮤지엄을 만들게 됐다. 현재는 송석문화재단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둘리뮤지엄은 뮤지엄동과 도서관동 2개 건물로 나뉘어져 있다. 주요한 볼거리는 뮤지엄동에 있다. 지하 1층·지상 3층으로 구성된 건물로 각 층마다 각기 다른 테마로 전시를 구성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전시를 꾸몄다는 점이다. 1층은 1996년 개봉한 극장판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을 테마로 구성돼 있다. 김수정 작가의 캐릭터인 김파마가 들려주는 둘리에 대한 소개 영상과 함께 전시실로 들어가면 다양한 체험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관람객의 동선에 맞춰 전시물이 움직이는 모습이 신기하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형 게임도 곳곳에 설치돼 있어 흥미롭다.
3층은 '둘리 소인국'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체험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놀이터다. 시계추를 응용한 그네, 문어 모양의 미끄럼틀 등이 있다. 고길동의 아내인 박정자를 테마로 삼은 카페 '정자싸롱'에서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옥상에는 둘리와 도우너, 고길동이 숨어 있는 미로공원도 있다.
마지막 관람 순서는 지하 1층이다. 이곳에서는 '둘리의 숲 속 환상여행'이라는 제목의 3D 영화를 상영한다. 환경 보호를 테마로 한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다. 도서관동은 뮤지엄동과 달리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둘리뮤지엄답게 '아기공룡 둘리' 관련 서적부터 둘리 관련 책은 물론 만화책과 그래픽 노블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대여가 불가능하나 조만간 대여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둘리뮤지엄을 시작으로 쌍문동 일대는 이제 둘리를 테마로 한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태어난다. 도봉구는 둘리뮤지엄을 시작으로 쌍문동을 '아기공룡 둘리'와 관련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4호선 쌍문역은 승강장을 개선하고 역 기둥을 새롭게 꾸며 '둘리 테마' 역으로 조성 중이다. 우이천에는 김수정 작가의 초안을 바탕으로 한 약 420m 길이의 '우이천 둘리벽화'를 만들고 있다. 현재 약 230m 정도를 그린 상태이며 올해 중 전체 구간을 완성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올해 중으로 쌍문동 곳곳에 둘리 관련 조형물도 들어설 계획이다. 둘리와 친구들을 추억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면 이제 쌍문동을 가보자. 그곳에서 둘리와 친구들이 "호이"라는 주문과 함께 우리를 반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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