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뜨거운 사랑을 끝낸 송혜교(31)가 환하게 웃었다. SBS 수목극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주인공 오영 역을 맡아 5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그는 한층 깊어진 감성으로 연기력과 대중성을 모두 거머쥐었다. 마지막회가 방송된 3일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타고난 배우가 아니라 힘들었다. 오영에서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털어놨다.
- 시각장애인 역을 하며 어려웠던 점은.
한 곳만 보며 연기하고 감정을 표현해야 해 막막했다. 다행히 김규태 PD님이 타이트하게 얼굴을 잡아줘 미세한 떨림과 근육의 움직임이 더 잘 표현됐다. 시각장애인 등 정답을 말해줄 만한 사람이 없어 방송 전에는 스트레스가 컸다. 이제는 눈을 보며 연기 하는게 어색하다.
- 5년 전 같은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인 '그들이 사는 세상'에 출연했었다.
감정 표현이 그때보다 좀 더 성숙해지지 않았을까. 당시는 잘 못 따라가 혼자 해석하고 연기하기도 했다. 이번엔 여자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 그동안 상업성과 거리가 먼 작품을 주로 해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번에 그런 걸 해소해 앞으로는 다섯 편 정도 망해도 되지 않을까. 하하. 당분간은 또 모험을 해보려 한다. 이 작품으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매번 똑같은 캐릭터만 제의가 오는데 독립영화 '페티쉬'를 했었던 것처럼 특이한 작품을 하고 싶다.
- 해외 작품 활동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몇년 전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에 엽문의 와이프 역으로 제의가 왔었다. 주위에서 모두 말렸지만 '노느니 뭐해'란 생각에 출연했다. '한 컷은 나오겠지'라는 마음으로. 그게 4년이 걸릴 지는 몰랐다. 혼자만의 싸움을 하며 '한국의 좋은 작품을 마다하며 뭐하는 것인가' 하루에 수백 번씩 그만둘까 고민했다. 결국 완성된 작품에 내 분량이 6~7분은 된다고 하더라. 나를 완전히 찢었다 다시 붙이는 것 같은 고통을 겪었지만 그런 과정 속에 얻은 것도 많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커질 때 '그 겨울…'을 만나 원 없이 연기했다.
- 과도한 PPL을 지적받기도 했는데.
PPL이 지나치면 연기 흐름이 깨져 좋지 않다. 반면 그런 것 없이는 제작이 힘드니 그만큼 연출이 중요할 것이다.
-클로즈업에도 완벽한 피부가 돋보여 CG를 쓴 게 아니냐는 말까지 있었다.
그러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하하. 촬영·조명 감독님께 감사하다. "이 작품이 마지막이어야 하나" 농담할 정도로 잘 만들어주셨다.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된 장면은.
온실 속 장면들과 산 속 눈꽃 신이 아름다웠다. 화제가 된 솜사탕 키스신은 감독님은 좋아했지만, (조)인성씨와 난 너무 오글거렸다.
-작품을 하며 새롭게 알게 된 조인성의 매력은.
최고의 열정을 지닌 사람이더라. 연기 갈증이 컸던 것 같다. 특히 울 때 표정이 매번 다르더라. 웬만한 여자 배우보다 우는 연기를 잘한다. 혼자만의 연기가 아닌 상대가 살아야 할 때와 본인이 살아야 할 때를 확실히 알더라. 오영이 사랑받은 것은 오수(조인성)의 이런 연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워낙 잘 어울려 교제설이 나올 법도 하다.
나올 수도 있겠다. 그런데 같은 소속사이던 2004년부터 워낙 친하게 지내 사석에서 만날 기회가 많았다.
-앞으로 계획은.
여름에 오우삼 감독 영화 '생사련' 촬영이 시작돼 피아노와 왈츠 등 배워야 할 게 많다. 쉴 시간이 없다./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사진/최윤성(라운드테이블)·디자인/양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