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정은미·연미란기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경영환경 변화에 재계가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과 세계 경기 상황은 물론, 노동개혁 등 국내 상황이 워낙 복잡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세웠던 내년 사업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로 경영환경은 '안갯속'이다.
◆불투명한 경영환경…내년에도 '긴축'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35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2016년 경제전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3%가 내년 경영방향을 '긴축'으로 잡았다. '현상유지'라고 답한 CEO는 30.2%였고 '확대경영'은 17.4%에 불과했다.
이 같은 '긴축경영' 응답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지난 2008년 12월 조사(67.1%)때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2009년 이후로는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중소기업 CEO(45.8%)보다 대기업 CEO(66.7%)의 긴축경영 응답비율이 높았다. 내년 투자규모를 올해보다 줄이겠다는 대기업 CEO들은 48.6%로, 늘리겠다는 응답 17.6%를 웃돌았고 채용규모의 경우도 축소(47.6%)가 확대(19.1%)를 크게 넘어섰다.
CEO들은 2016년 경제성장률(GDP 기준)을 평균 2.7%로 전망했다. 이는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전망한 내년도 경제성장률 3%대 초반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미국 금리인상 발표에 대책 마련 분주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자 재계는 보다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 금리인상이 이미 예고되긴 했으나 중국 인민은행의 반응에 신흥국 등의 반응이 세부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달러화 결제 수출 비중이 큰 업종 특성상 긍정적 영향과 함께 미국 고용시장 개선에 따른 자동차 소비시장 확대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신흥국 시장의 금융불안이 가중되면서 현지 경기위축이 이어질 경우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최근 이어진 국제유가 하락으로 고부가제품인 해양플랜트가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 금리인상이 유가하락을 더욱 부추겨 조선·플랜트 시장이 더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 역시 미 금리인상으로 글로벌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철강 수요 감소가 뒤따를 개연성이 높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여기에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가 지속되면 중국산 철강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중이다.
이밖에 여객기와 선박 보유에 따라 외화차임금이 많은 항공·해운업계도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가 경영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 총선 체제 돌입…법안 처리 뒷전
이런 가운데 정치권의 갈지자 행보도 재계의 내년 경제 전망을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4·13 총선'이다. 이미 총선 체제에 돌입한 여야는 각각 계파갈등과 분당사태로 내홍을 겪고 있다. 내달 8일까지 임시국회가 열리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문제는 양당이 내부 집안사정으로 국회 일을 뒷전으로 미룰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당장 처리가 시급한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 처리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 법안의 연내 처리 불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재계에선 내년 경영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업계에선 무엇보다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안(일명 원샵법)의 처리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원샷법은) 대량해고를 사전에 막는 법"이라며 "공급과잉으로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진 업종을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큰 위기에 빠지게 되고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업계에서도 "산업 부실화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다면 IMF 외환위기 때처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라며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서비스법 1440여일째 발 묶여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원샷법이 재벌들의 지배구조 강화, 경영권 승계, 일감 몰아주기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의 연구 개발에 자금지원과 세제혜택을 주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야당의 주장으로 1440일째 발이 묶여 있다. 올해가 보름도 채 남지 않았지만 정기국회 회기(12월 9일) 내 처리하기로 했던 이 법안은 현재 심의를 위한 상임위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5일부터 잇따라 회의를 열어 노동개혁 5개 법안에 대한 논의의 물꼬를 텄지만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두고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는 '일자리 창출 vs 비정규직 양산'을 놓고 한 치도 좁히지 못했다.
이밖에 내년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풍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서비스 업계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부정청탁을 방지하자는 취지지만 피해가 음식점, 화훼농가, 중소 선물 업체 등 서비스 산업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과 범위가 광범위하고 '이해충돌방지' 조항이 빠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법조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총선과 여야 갈등 등으로 법 시행 전 김영란법의 재개정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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