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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I 방역 군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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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이 과로사 하는 등 방역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군 병력 투입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역대 최악의 AI로 인한 피해가 국가적 재난 상황에 이르렀지만 군 당국이 '사병 부모들의 반대'를 이유로 병력 지원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제도적으로 즉각 AI 방역 현장에 자위대 병력을 투입하는 일본과 비교돼 일각에서는 군의 대처가 '군인정신'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AI 최초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이후 동원된 방역 인력은 현재까지 7만1000여 명에 이른다.

이중 국방부가 밝힌 군병력 투입 인원은 2683명으로 전체 동원 인력의 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마저도 이 기간 살처분 및 매몰 처리 현장에 투입된 군병력은 한 명도 없었다. 간부이동통제초소나 발생 농장이 살처분 작업이 끝난 뒤 사료나 분뇨 등 잔존물 처리 작업에 투입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8년 당시에는 AI 살처분 작업에 장병들이 직접 투입된 적이 있었다. 과거 살처분에 참여한 사병이 AI에 감염된 사례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농식품부는 밝혔다. 

그런데도 당시 군 복무 중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반발이 심하고 인체 감염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이후 병사들은 살처분 현장에 직접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자위대는 모병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본은 살처분 현장에 군병력이 즉각 투입된다"며 "방역 매뉴얼을 엄격히 지키면 감염될 가능성은 작지만, 우리나라는 부모들이 걱정을 해 병사를 살처분 현장에 직접 투입하지는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살처분 규모가 현재 2700만 마리를 넘기는 등 사상 최악의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군이 부모들의 반발을 우려해 병력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점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인력과 매몰지 확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살처분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살처분 인력 동원은 기본적으로 지자체가 주관하고 있지만, 워낙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천안이나 안성 등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이른바 'AI 기동타격대'까지 투입하기도 했다. 

또 민간 용역업체 인력도 살처분 투입을 꺼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투입되고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의사소통의 문제로 감염 예방에 소홀한 점도 적지 않아 인체 감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간 용역업체를 통해서 인력을 충원하고 있지만 아무리 돈을 많이 지급하겠다고 해도 살처분 작업을 꺼리는 경우가 많고, 공무원 투입도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반면 늑장대응 등으로 정부가 사태를 악화시킨 상황에서 젊은 병사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국민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20대 젊은 남자들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도 않고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을 수행시키는 지금의 구조가 잘못된 것"이라며 "모두 안전과 보호를 원한다면 국민은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이를 수행한 사람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돼야 병사 투입을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력난으로 살처분이 지연되면 AI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국방부는 지난 28일 AI 발생 42일 만에 처음으로 자원을 받아 선발한 간부 100명을 전북 김제 지역 살처분 현장에 투입했다. 

하지만 간부 100명이 하루 동안 살처분한 마릿수는 4만 마리 정도로, 160만 마리를 넘는 김제 지역의 전체 살처분 규모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보여주기'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지난 26일 오후 인천시 서구 공촌동의 한 토종닭 농가에서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은 가축방역관들이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이 의심되는 닭을 수거하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 26일 오후 인천시 서구 공촌동의 한 토종닭 농가에서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은 가축방역관들이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이 의심되는 닭을 수거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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