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온주완(30)은 적지 않은
나이인데도 부드러운 얼굴선 탓인지 소년 같은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14일 개봉한 영화 '더 파이브'에서는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완벽히
지워내는데 성공했다. 극중 냉혹한 연쇄살인범을 연기한 그는 연기는 물론 외모에서까지 놀라운 변화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 매력적이지만 광기 넘치는 '악마'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인 이 영화는 은아(김선아)가
남편과 딸을 죽게 한 연쇄살인범을 상대로 자신의 장기를 담보로 내걸고 다섯 명의 조력자를 모아 복수에 나서는 내용이다. 웹툰을 제작한 정연식
작가가 직접 각색·감독을 맡은 작품이다.
온주완은 이 영화에서 소녀들의 뼈로 인형을 만드는 연쇄살인범 재욱을 연기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작가인데다 외모도 매력적이지만 속은 광기 넘치는 예술혼에 불타는 재욱은 기존 한국영화에서 그려지던 연쇄살인범과
달랐다.
"사실 실존성은 없는 인물이죠. 만화적인 요소가 강한 편이라 참고할 만한 다른 작품도 별로 없었어요. 그나마 사람을 이용해
향수를 만드는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향수'가 비슷하다고 생각해 분위기만 참고했죠. 기존 인물을 모방한다고 해서 매력적으로 표현해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재욱의 캐릭터를 만드는데 성공해 낸 그는 "재욱을 매력 있게 스크린에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내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을 깰 자신도 있었다"면서 "그런 자신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덤비지 않았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 같은 자신감과 의지력은 온주완의
캐스팅을 반대했던 제작자인 강우석 감독의 마음을 돌렸다. 온주완을 알지 못했던 강 감독은 재욱 역에 다른 배우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온주완은
연기 생활 10년차인데도 직접 오디션을 자청했고 치밀한 해석력과 표현력으로 당당히 배역을 따냈다.
"갈망했지만 쉽지 않았던 배역을
해냈을 때 온 쾌감은 대단했죠. 자신감도 더 붙었고요. 보통 한 작품을 찍고나면 아쉬움이 남기 마련인데, 이번 영화만큼은 원 없이 노력했고
연기했기에 아쉬움이 적어요."
# 데뷔 9년차 배우…존재감 알려
배역에 100% 몰입하다보니 카메라에서
벗어났을 때도 냉혹하고 광기 어린 재욱의 감정이 남아 혼란스러워했다고 했다. 집에서 연기 연습을 하다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
왜인지 모를 죄책감이 느껴졌고, 점점 성격이 날카로워 졌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재욱의 감정을 더 이상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감정을 사회로 가지고 나오면 큰 일 날 것 같아서요. 그래서 자주 친구들을
만나 넋두리를 쏟아냈죠. 주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면 연기와 실생활은 다르다는 것을 자연히 깨닫게 되더라고요."
배역에 몰입한 건 상대역인 김선아도
마찬가지였다. 김선아는 촬영장에서 자신의 배역에 집중하기 위해 온주완과 일부러 거리를 뒀다. 온주완은 "선아 누나가 영화 시사회 때도 은아의
감정이 떠오르는지 울더라"면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 더 친해졌다"고 말했다.
2004년 영화 '발레교습소'로 데뷔해 '피터팬의
공식' '사생결단' '해부학교실' '무림여대생'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왔지만 대표작은 없던 온주완은 이번 영화로 충분히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잽을 날리듯 툭툭, 서두르지 않고 한 계단 씩 올라왔다. 크게 욕심내진 않지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꼭 '더 파이브'라는 계단을 올라야 했다"면서 다시 다음 계단에 오를 채비를 했다./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사진/황정아(라운드테이블)·디자인/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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