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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기자수첩]피범벅 극장가에 느끼는 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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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 영화감독이 인터뷰 중 "한국영화가 10년 전에 비해 많이 자극적으로 변했다"면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흥행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더욱 센 장면을 넣어야 하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이 감독의 말마따나 요즘 한국영화는 온통 자극적인 장면들로 도배돼 있다. '동창생' '친구2' '더 파이브' '열한시' 등 이달 개봉한 영화 대다수에 잔인한 살인과 폭력이 난무한다.

처음 몇 편은 그럭저럭 참고 봤는데, 온통 피 범벅이 된 채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을 계속 보다 보니 나중에 영화관을 나올 땐 속이 좋지 않을 정도였다. 어떤 이야기나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아닌 단지 상업적인 목적으로 자극적으로 포장되고 있는 듯해 더욱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모든 영화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 살인이나 폭력을 다루는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이런 소재는 한국영화뿐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단골소재였고, 그 중에는 호평과 함께 사랑을 받은 작품들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 한국영화가 보여주는 현상은 장르의 다양성이 실종됐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크다. 너도나도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 보니 장르가 액션과 스릴러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장르 편중 현상은 제작자 입장에서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관객 입장에선 비슷한 소재의 영화를 중복해서 볼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한국영화 성적은 '친구 2'만 전편의 이름값에 힘입어 250만 관객을 동원했을 뿐 나머지 영화들은 이렇다 할 흥행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얼마전 최다니엘이 상업적인 의도로 제작된 자극적인 영화를 패스트푸드에 비유한 게 생각이 난다. 패스트푸드가 아닌 건강을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만든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음식을 먹고 싶은 요즘이다./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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