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

이명박정부 설립 '미소금융재단'…올스톱?

반응형

이명박정부 출범 초기 역점 사업 중 하나였던 '미소금융재단'이 사실상 올스톱(All-stop)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2018년까지 총 1조원을 출연하기로 했던 롯데 등 대기업들이 MB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말까지만 약정금의 절반가량을 출연한 뒤 정권이 바뀐 이후 매년 내놓기로 한 금액의 20%가량만 출연하고 있다. 미소금융과 함께 서민금융 3대장으로 불리는 새희망홀씨·햇살론과 비교하면 대출요건도 상대적으로 까다로워 굳이 미소금융을 이용할 이유도 없어 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최경실 씨(62·여)는 "대출을 받기 위해 서민금융 상품을 알아봤는데 미소금융은 이미 대출을 받았거나 신용도가 낮으면 이용할 수 없다더라"며 "신용을 일일이 따지면 우리 같은 서민들은 누가 (미소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겠냐"고 호소했다.

◆정권 바뀐 후 확 줄은 기업 출연금 

지난 2009년 설립된 미소금융재단은 신한·우리·KB국민·KEB하나·기업 등 5개 시중은행과 LG·SK·삼성·현대기아차·포스코·롯데 등 6대 기업이 출연해 재원을 마련, 운영되어 온 사업이다. 박근혜정부의 미르재단 등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대기업들의 팔목을 비틀어 재원을 마련한 것과 달리 기업 내부에 재량껏 만든 봉사단체 성격으로 휴면예금관리법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졌다.

출범 당시 약속된 재원은 2조원에 달했다. 6대 대기업이 향후 10년간 1조원을, 금융권이 휴면예금 7000억원을 제외한 3000억원을 10년간 기부할 것을 약속했다. 미르재단 등과 같이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업 릴레이 모금 방식이 아닌 기업들이 각기 재단을 따로 운영해 왔다. 

미소금융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낸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정부의 재단사업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공익사업을 위해 재단 출연금을 모았다"고 밝히며 "지원 사업별로 기업에 자금을 요청하는 '콜' 방식으로 사업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출범 초기부터 MB정부 마지막 해까지는 출연금도 처음 약속한 데로 지급하고 서민들의 이용도 활발했던 미소금융. 하지만 정권이 바뀐 이후론 기업들의 약정금이 줄고 있다. 

실제 롯데미소금융재단의 경우 2010년 150억원(기존 약속한 50억+100억 추가 출연)을 출연했지만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2013년 50억(2012년 10억+2013년 40억), 2014년 50억, 2015년 10억원 등으로 출연금을 대폭 삭감했다. 타 기업 재단 역시 출연 규모가 MB정부 대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 (그래픽) 롯데미소금융재단 출연금 규모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이미 기업들이 출범 초기부터 출연한 금액만으로 서민 대출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고 기업 환경도 악화되고 있어 약속한 기간 1조원을 출연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지난 2014년 말 협의를 통해 향후 약속한 출연 규모를 차차 낮춰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약정기간이 끝나는 2018년 이후론 재협의를 통해 약정금액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출연금, 정권 입맛 따라 변해 

MB정부는 정권 출범 후 기업들이 내야 할 법인세를 낮추며 기업 길들이기에 나선 바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기업들이 MB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재단을 운영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기업과 정권의 이해관계가 맞물렸다는 주장이다.

박근혜정부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말미암아 최근 정권 준조세에 대한 시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역시 이 같은 출연금 지원을 통해 또 다른 혜택을 기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더민주 박영선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간 것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조금 밖에 내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는 재계 시각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의 역점사업인 청년희망펀드 역시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청년희망펀드는 지난해 삼성 200억, 현대 150억, LG 70억, 롯데 50억, 한화 30억 등의 출연금으로 출범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청년희망펀드는 올 1월 374억3000만원이 기부되어 5월 401억2000만원, 이달 429억9000만원으로 기부금액이 늘지 않고 있다. 청년 기업인들을 육성한다는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 현 정권 상황에 따라 향후 사실상 사업이 불가능하단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기부금과 출연금은 정권 입맛에 맞는, 사실상 사적 분야에 쓰인다"며 "준조세 성격의 기부금과 출연금을 없애고 차라리 법인세율을 높여 기업이 보다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해 보다 떳떳히 기업 활동을 해나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