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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지자체 릴레이 인터뷰] "'서울에 이런 명소 있었냐' 놀라게 하겠다" 이창우 동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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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우 동작구청장./동작구청

"노량진. 노량진입니다." 전철역 도착 안내가 아니다. "노량진을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이창우 동작구청장의 의지는 그 어느때보다 강했다. 1899년 우리나라에서 기차가 처음으로 달린 물류 중심지인 노량진은 지금껏 도시구조에 변화가 없었다. 동작구 상업 가능지역의 절반인 47%가 노량진에 집중돼 있다. 그중 절반이 수산시장과 구청, 경찰서 등이 차지한다. "어린 시절 동네 모습이 30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 잠 자는 도시 동작의 구조를 바꿔보이겠다"는 이 구청장의 청사진을 함께 들여다봤다.

◆"장승배기는 행정, 노량은 경제 중심지로"

"청사가 자리를 차지하기엔 노량진 부지가 너무 좋습니다."

동작구의 체질 개선을 고민하던 이 구청장은 청사 이전으로 도시구조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지하철이 코앞이고, 수산시장과 여의도 63빌딩이 보이잖아요. 믿기 어렵겠지만 땅값이 강남구보다 비쌉니다."

2014년 기준으로 서울시 구청사 공시지가 중 동작구가 ㎡당 1430만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강남구는 685만3000원으로 9위다.

이 구청장은 비싼 땅을 깔고 앉는 대신 민간개발로 지역을 발전시키기로 했다. 동작구는 장승배기 일대는 행정 중심지로, 노량진은 경제 중심지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사업은 행정자치부 타당성 조사와 서울시 투자심사를 모두 통과했다. 행정타운에는 구청사와 경찰서, 의회 등 주요 행정기관이 들어선다. "시장 공실률이 70%를 넘습니다. 기존 상인들이 영업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했고요."

큰 사업에는 재정 문제가 일어나곤 한다. 이 구청장은 "오히려 400억원 정도가 잉여재원으로 남는다"고 말한다. 노량진과 장승배기의 지가 차이만으로 대부분의 사업비를 충당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업비는 1853억원이 소요된다. 반면 청사매각대금 등으로 1940억원과 함께 시비와 특별조정교부금으로 381억원이 나온다. 

"사람들이 시드니에 가면 어디서 사진을 찍을까요. 오페라하우스 아닙니까. 하지만 건물 전체를 담으려고 그곳과 조금 떨어진 '맥쿼리 포인트'에 가서 찍죠."

이 구청장은 용봉정 전망대를 '서울의 맥쿼리 포인트'로 만들 생각이다. 한강철교 남단에 있는 용봉정 근린공원 전망대에서는 63빌딩에서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그는 "누구든지 '서울에 이런 명소가 있었느냐'고 놀랄 것"이라며 "용봉정 일대를 젊은이 최고의 데이트 코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홍대를 넘어서는 '핫 플레이스'로 꾸민다는 선언이다.

▲ 지난 6월 이창우 구청장이 현장행정을 하며 마을을 둘러보고 있다./동작구청

◆'범죄 예방 디자인'으로 범죄율 28% ↓ 

"우리 주민이 다친다면 범죄자를 검거해도 아무 의미 없어요." 범죄 예방 전담팀을 만든 동작구는 지난 2014년 12월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범죄예방디자인 조례'를 공포했다. 범죄 예방 디자인은 도시환경을 개선해 범죄심리가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 기법이다. 벤치 중간에 팔걸이를 하나 더 만들어 취객이 눕지 못하게 하거나, 24시간 편의점 유리벽에 광고물 부착을 막는 일 등이 포함된다. 

"2013년 서울대 김경민 교수팀이 만든 '서울범죄지도'를 보니, 우리 구가 생각보다 범죄발생률이 높더군요." 

이에 동작구는 동작경찰서의 도움으로 동별 범죄현장과 취약지역을 파악해 위험지수별로 우선순위를 정해 안전마을을 도입했다. 지난해 노량진 수험가 등 4곳에 조성한 안전마을은 2018년까지 15개 동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 결과 올해 범죄 발생률이 28% 떨어졌다.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이 감소한 수치다. 

이 구청장은 "주민들의 힘이 컸다"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 안전 봉사단을 꾸렸다"고 자랑했다. 동작구 주민들은 지역 순찰에서 한 발 나아가, 동별로 범죄안전지도를 만들어 지역 유해 요소를 공유·개선하고 있다.

◆보육교사가 원장 승진 

"언젠가 한 어르신께서 '아침에 눈을 떠도 할 일이 없어 삶의 희망이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동작구가 지난 1월 전국 최초로 '어르신행복주식회사'의 문을 연 배경이다. 지난달 1일 기준으로 어르신 직원 72명과 사무원 5명이 일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구청과 구 산하기관의 청소용역과 벽보 수거를 한다.

이 구청장은 "그동안 관에서 주도한 일자리 사업은 단기적인 시혜성 정책이었다"며 "어르신행복주식회사는 지속가능한데다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 7185원을 적용한다"고 강조했다. 동작구는 2017년 생활임금을 8197원으로 정했다. 

동작구의 실험은 '보육청'으로 이어진다. 기존 육아종합지원센터의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향 제시다. 이 구청장은 보육청에 대해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수사(修辭)"라고 설명했다. 

▲ 이창우 동작구청장이 지난 2월 구청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들과 대화를 마치고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동작구청

동작구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위탁하면서 보육교사에 대한 전보와 승진체계를 도입했다. "보육교사가 마음만 먹으면 원장으로 승진할 길이 열린 겁니다."

실제로 지난 9월 한 보육교사가 승진해 원장으로 신규 임용됐다. 이 구청장은 "보육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즐거울 수 있다"며 "해외 연수와 우울증 예방 프로그램, 인성교육과 힐링캠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기 절반을 숨가쁘게 달려온 그는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주민들과 공유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렇게 약속했다. "자립적인 도시기반을 만들어 튼튼한 미래 동작의 밑그림을 완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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