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김진욱 감독이 두산에서 잘린 이유는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졌기 때문이다.
4위가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으면 잘한 것이다. 그러나 3승 1패로 앞서다 내리 3연패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1승씩 주고 받으며 7차전에서 졌으면
오히려 문제 없었을 것이다.
단기전은 상대에게 반격의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한다. 결정적 기회가 찾아오면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그런데 두산은 여유 있는 투수운용이 역전패의 화근이었다. 대체로 5차전에서 5-5 동점이 됐을 때 두산이 과감한 승부를
걸지 못한 것이 패인으로 지적 받고 있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얼마 전 한계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3 포스트시즌에 대해
"승리에 취해 이길 수 있는 팀이 못 이겼다"고 평가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먼저 2승을 올린 넥센,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패퇴한 두산을 이르는 말이었다. 단기전의 법칙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두산은 어떤 구단보다 우승에 목마르다. 2001년 이후
포스트시즌 단골이었지만 번번히 우승에 실패했다. 2012년과 2013년은 우승전력을 만들었다고 자부했고 우승후보로 꼽혔다. 구단도 값비싼
니퍼트를 데려왔다. 그러나 삼성에 막혀 정규리그 1위에 오르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우승에 실패했다.
내부적으로는 수장에 대해 부글부글
끓어올랐던 듯 하다.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감독이 운용을 못했다'는 불신이다. 그래도 준우승 실적을 무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력편성
과정에서 감독과 불화가 촉발되면서 서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김진욱에게는 지독하게도 불명예스러운 퇴장이었다.
두산은
송일수 감독에게 새로운 지휘봉을 맡겼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첫 사령탑 발령장을 받은 송일수는 미지의 인물이다. 그는 취임 회견에서 단서를
줬다. "김성근 감독과 고 니시모토 유키오 감독이 롤모델이다.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성근과 1960년대 후반부터 한큐
브레이브스 황금기를 이끈 명장 니시모토는 비슷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 불타는 열정, 비타협, 엄격함, 장악력, 이기는 경기를 모토로 하는
인물들이다. 두 감독은 자신이 지휘한 팀을 최강으로 이끌었다. 김진욱 카드를 버린 두산은 필승의 김성근, 필승의 니시모토를 원하고 있다. 과연
송일수 야구는 두산의 우승 갈증을 어떻게 풀어줄까. /OSEN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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