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금융·건설 업종의 충당금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위기 이후 침체가 지속된 업황 중심으로 부실 대출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들 업종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매년 충당해야 할
비축자금이 번번히 실적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데다 건설 업종의 경우, 충당금으로 인한 실적 부담이 주가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문제다.
◆부실대출에 충당금 폭탄 맞은 은행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올해 3분기 실적은 충당금 영향으로
저조했다.
우리금융그룹의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은 86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1.7% 줄고 전년 동기 대비 1조원 감소했다.
대출 부실로 인한 건전성 훼손을 우려해 3분기에만 8120억원, 1~3분기 누적으로 1조935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비축하며 부실 떨기에 나선
것이 원인이 됐다.
이 가운데 STX, 동양, 쌍용건설 등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거나 들어갈 위기에 처한 기업들과 관련한
충당금만 1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3분기 순익도 9000억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KB금융의 경우
KB국민은행의 도쿄지점 부당 대출로 인한 충당금 우려가 제기됐다. 각종 비리와 부실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른 국민은행은 도쿄지점 부당 대출로만
400억원 넘는 충당금을 쌓으면서 3분기 순익(2919억원) 급감을 초래했다.
금융권의 충당금 부담은 새로운 화젯거리는 아니지만,
다른 악재와 겹쳐 단기적인 주가 악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KB금융의 주가는 지난달 말 국민은행의 도쿄지점 비자금 조성 의혹에
국민주택 채권 위조·횡령 혐의 등이 불거지면서 잠시 출렁였다가 사흘 만에 반등하기도 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민은행은
부당 대출이 발생하면서 손실에 대응해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며 "금액이 크지 않고 이미 많이 비축한 상태라 앞으로 추가적으로 더 쌓을
필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우리은행에 대해 "조선·해운 업황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매년 부실 처리
차원에서 충당금 비축이 이어지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이미 많이 인식한 상황이므로 주가에 새롭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 자리에서는 국내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금액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최소 1조8000억원이 넘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 10년 간 부동산 PF 대출총액(약 72조원) 중 사실상 8조90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업종, 5년째 업황침체에 충당금 부담 '누적'
부동산 경기침체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부실을 직접
겪는 건설업종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충당금 부담이 주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달 2일 한신공영에 대해 충당금
반영으로 실적이 부진할 우려가 있다면서 한신공영에 대한 목표주가를 6.7% 내렸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목표가 하향 이유에
대해 "외형 성장세는 확인했으나 충당금 50억원이 반영되고 마진이 하락하면서 순익이 예상치를 밑돌았다"며 "4분기 순익 역시 추가 충당금
반영으로 기대치를 미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상장을 앞둔 동부생명은 PF 대출 부실에 대응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놨음을 강조하고 있다.
충청남도 소재 테마리조트 건설공사와 관련해 PF대출채권 400억원이 발생했으나 이중 부실채권으로 분류된
299억원에 대한 충당금을 비축한 것이다. 해당 사업은 동부생명 등 여러 금융사가 총 1440억원 규모의 PF대출을 시행했으나 지급보증을 선
삼부토건이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박용희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4~5년째 건설업종에 PF대출
부실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며 "회사별로 PF 지급보증 규모는 적게는 1조원, 많게는 2조원 정도인 상태인데 신규아파트 분양 저조 등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PF 관련한 충당금 부담이 계속 누적돼 잠재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김현정기자
hjkim1@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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