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

[조민호의 와인스토리]소치의 인접국 조지아

반응형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소치는 러시아남단의 흑해 연안 도시다. 그리고 소치의 바로 밑에는 러시아에 속해 있다가 독립한조지아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에게는 그루지아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독립한 후 국제 표기를 조지아로 공식화했다.

끊임없는 분쟁을 겪은 기구한 역사와는 별개로 와인 세계에서 조지아는 특히 의미가 크다. 현재까지의 고증학적 발굴 결과, 농경의 흔적만으로 평가하면 와인의 발상지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와인서적에 따라 기록이 다르기는 하지만 BC7000년까지로 표기된 사례도 있으니 최장 9000년 전부터 와인이 재배된 셈이다.

조지아의 북쪽 경계인 카프카스(코카서스) 산맥은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를 가르며 유럽과 아시아 대륙의 경계를 형성한다. 설화 같은 이야기지만 이 산맥의 남단 지방에서 얕은 웅덩이에 고여 있던 포도 과즙이 이듬해 봄 와인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 와인의 시초라고 한다.

와인 재배는 조지아에서 서쪽으로는 오늘날의 터키와 이집트, 남동쪽으로는 이란 서부의 자그로스 산맥 인근(메소포타미아 문명 및 페르시아 중심부)으로 퍼져 나간다. 포도 재배 및 와인 양조는 터키와 이집트에서 번성해 다시 그리스및 이탈리아(당시 로마)를 거쳐 전 유럽으로 확산된다. 이 과정을 거쳐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구세계 와인 생산지가 구축된다.

조지아 국민들에게 와인은 일상의 음료 수준을 넘어 성스러운 존재로 받들어진다. 기독교인 조지아정교를 터키로부터 처음 전파한 성 니노는 십자가를 포도나무로 만들었고 그의 머리카락으로 매듭을 지었다. 대주교의 왕관 역시 포도 모양의 장식이다.

산업적으로도 중요해 와인은 수출품목 중 1, 2위를 다툴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판매된다. 전통적인 양조 방식이 항아리를 땅에 묻고 발효시키는 우리나라의 김장김치와 닮은꼴이다.

와인을 만드는 대표 품종은 사페라비를 비롯해 약 40종 정도라고 한다. 최근에는 알리고떼, 샤르도네 리슬링 카베르네소비뇽 말벡 메를로 피노누아 등 국제화된 품종도 재배된다.

얼마 전 사페라비를 시음할 기회가 있었다. 카프카스 산맥 남쪽에 넓게 자리한 카헤티 언덕에서 나온 2011년 빈티지다. 짖은 적색에서 나오는 체리 및 오디 향이 좋지만 나무 향이 다소 강한 편이다. 장기 숙성이 가능한 품종이어서인지 좀 더 숙성시켜 마시면 좋을 듯하다. 조지아 와인은 역사적인 의미를 되새기면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  조민호 편집국장(mcho@)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