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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필 콘서트를 찾은
관객들. |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조성일(46) 씨는 지난 주말 아내와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의 손을 잡고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이문세 콘서트를 관람했다. 바쁜 일상에 치여 대학 졸업 이후 20년 가까이 음악을 잊고 지냈던 조
씨는 즐거워하는 아내와 신기해하는 아들의 표정을 지켜보면서, 가족이 공연장 나들이로 모처럼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공연
관람 문화가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다.
이문세와 더불어 지난 주말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의
단독 콘서트도 다양한 연령대의 가족 단위 관객들이 주를 이뤘다. 이들의 경우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수란 점에서 가족 관객들의 관람이 아주 낯선
풍경은 아니지만, 가족 중심의 여가 생활과 문화 상품 소비가 한 번에 이뤄지는 현상은 다른 공연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
올림픽공원 잔디마당에서 열린 서울재즈페스티벌 역시 가족 관객이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7~9일 강원도 춘천 남이섬에서 열릴 음악
페스티벌 레인보우 아일랜드도 가족을 위한 캠핑 시설 1000동이 이미 팔려나갔고, 약 5000명의 가족 관객이 찾을 것으로 주최 측은 파악하고
있다.
한 공연 기획자는 "소풍을 나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정도로 공연장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제작자들도 작품 기획과 관객 타깃
설정과 기획을 바뀌고 있는 관람 문화에 맞춰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뮤지컬도 가족 단위 관객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대형 공연장인 블루스퀘어를 운영하는 인터파크씨어터 홍보팀의 김선경 팀장은 "수치상으로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등의 경우 회차당 30% 이상은 가족 관객으로 파악된다"면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모자동실
이용률도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가족 관객을 잡기 위해 업계는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42세
이상이 2명 이상 예매하면 40%를 할인해주는 패키지 할인과 인터넷을 어려워하는 중장년 관객이 전화로 쉽게 예매하는 문화 콜 서비스 등을 운영
중이다.
이같은 변화는 캠핑의 유행처럼 불경기에 가족이 함께 즐기는 놀이 문화 확산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가족 구성원 전체가
비교적 저렴하게 도심에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수단으로 공연장 나들이가 각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주차 공간이 넓은 대형
공연장들이 속속 신설되고, 중·장년 층이 같이 즐길 만한 대형 공연이 많아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레인보우 아일랜드의 홍보사인
포츈 엔터테인먼트의 이진영 대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롤링스톤즈의 공연장을 찾는 해외에서의 광경이 이젠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게 됐다"며
"문화의 세대 통합 기능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고 밝혔다.
/유순호·탁진현기자 suno@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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