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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조재현 "젊었을 적 야성을 되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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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연기 생활에 젖어있기 마련인 중견 배우가 초심과 야성을 되찾으려 일부러 고행을 자처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조재현(48)은 다르다. 얼마전부터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젊었을 적 온몸으로 내뿜었던 열정과 광기를 다시 발산하고 있다. "재미있으니까 하는 것"이라며 짐짓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눈빛에선 20대 못지않은 결기가 읽힌다.



▶ 숱한 문제작에 연이어 출연

인기리에 방영중인 MBC 주말극 '스캔들 :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에 원수의 아들을 유괴해 키우는 전직 형사 하명근으로 출연중이며,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연이은 제한상영가 결정으로 논란에 휩싸인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에선 바람기 많은 가장을 열연했다.

앞서 영화 '무게'와 '콘돌은 날아간다'에선 척추장애인 장의사와 신부로 각각 나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드라마를 제외한 나머지 세 작품은 모두 저예산 독립영화로, 조재현은 교통비만 받고 출연을 자청했다. "말 그대로 왔다갔다 기름값이죠. '무게'의 전규환 감독은 예전 제 매니저 출신이고, '콘돌…'의 전수일 감독은 대학(경성대 연극영화과) 시절부터 알고 지낸 형입니다. 김기덕 감독은 말할 것도 없고요. 가까운 사람이 좋은 영화를 찍겠다는데 함께 하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나요. 그래서 초심과 야성을 찾을 수 있다면 짭짤한 보너스고요."

  
드라마 '스캔들'의 한 장면


▶ 범상치 않은 극중 캐릭터

이처럼 노 개런티로 뛰어든 용기도 이채롭지만, 극중 캐릭터들도 범상치 않다. '스캔들'에선 '피아노' 이후 무려 12년만에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아버지 연기에 도전중이고, 영화 '콘돌…'에선 알몸 정사신을 소화했다. '무게' 역시 한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을 정도니, 또래 연기자들이 걷는 편한 길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피아노' 때는 30대 시절의 객기로 노역을 연기했다. 이후 아버지로 이미지가 굳어질까봐 일부러 아버지 캐릭터를 피하기도 했다"면서 "끊임없이 변신할 거리를 찾아헤매는 것은 배우의 숙명이다. 아버지 캐릭터를 다시 받아들인 건 익숙한 연기의 반복이 아닌, 새로운 도전"이라고 털어놨다.

같이 가는 동료들이 있어 새로운 도전의 과정은 즐겁기만 하다. 특히 '스캔들…' 촬영장이 그렇다. 박상민·신은경·김혜리 등 산전수전(?) 다 거친 후배들이 많은 덕분에 현장 분위기는 언제나 즐겁고 화기애애하다. "나이는 저보다 조금씩 어려도 연기 경력으로 따지면 동년배들이나 다름없죠. 인생의 단맛 쓴맛을 경험해봐서 그런지 다들 겸손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아요.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출연진이 먼저 행복해야 합니다. '스캔들…'이 성공한 드라마라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죠."

  
 


▶ 사재 털어 공연장 사업 시작

내년부터는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서 소극장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사재를 털고 빚까지 얻어 현재 6층짜리 극장 건물을 올리고 있다.

유흥 일색의 대학로 문화를 바꿔보고 싶어 뛰어들었다. 10~20대에겐 좋은 연극의 참맛을 알려주고,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겐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 "지금 대학로에선 저가의 일회성 공연이 남발되고 있어요. 조금 나이 먹은 사람들은 대학로를 못 갈 동네로 인식하고 있을 만큼, 유흥업소로 뒤덮인 현실이 개탄스럽기도 하고요. 물론 제가 운영하는 극장이 대학로의 풍경을 단번에 바꿔놓긴 어렵겠지만, 적당한 가격에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물론 연기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10월 중순 '스캔들…' 종영 이후에는 바로 후속작을 결정해 촬영에 돌입할 생각이다. 흥행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얼마만큼 자기 변신을 이뤄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고르려 한다.어렵게 되찾은 초심과 야성을 금세 놓치기 싫어서다. 조재현의 '실험'은 미래 진행형이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사진/박동희(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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