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오버워치'가 국내 PC방 점유율 31.36%(2일 기준)를 차지했다. 오버워치, 리그 오브 레전드, 디아블로3 등 외산 게임 3종의 PC방 점유율은 60%에 육박한다. 사진은 오버워치에 등장하는 캐릭터 '트레이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거 봐요. 결국 문체부도 별 관심 없던 게 맞죠."
지난달 2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 업무보고에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 발언에 대한 게임업계 관계자의 평가다.
국회 업무보고에서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은 김종덕 장관에게 "'오버워치'를 아느냐"고 물었다. 게임 산업 육성을 담당하는 문체부의 수장인 김 장관은 "모른다"고 답했다.
오버워치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출시한 미래형 FPS 게임으로, 출시 한 달 만에 국내 PC방 점유율 1위에 올랐다.
3일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표면적으로 게임 산업을 육성하자 말하던 문체부도 사실 관심 없던 것이 드러났다"며 "중국에 밀려 힘든 상황인데도 국내에 '우리 편'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2007년 연평균 50% 이상 성장하던 국내 게임 산업은 2011년 이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게임산업 규제정책의 전환 필요성 및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관련 회사 수는 2009년 3만개에서 2014년 1만4000개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업계종사자도 9만2000명에서 8만7000명으로 감소했다.
2013년을 기점으로 게임 산업 주도권마저 중국에 빼앗겼다. 2일 기준 국내 PC방 점유율 57.4%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오버워치 두 외산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게임을 사회악으로 취급한 정부가 현 상황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2011년 5월 여성가족부 주도로 오후 10시 이후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도입됐다. 같은 해 여가부는 '청소년의 보호받을 권리와 인터넷 게임중독' 대토론회를 열고 "게임에 대한 성전(聖戰)에서 승리하자" 발언까지 하며 게임 산업을 공공연하게 적대했다.
지난해에는 불량 사이트 적발을 명목으로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무분별한 차단 요청을 보낸 여가부 때문에 MMORPG 바람의나라 팬카페 접속이 차단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사태가 불거지자 게임위는 "여가부에서 하루에 100건도 넘게 차단 요청을 보내오는 통에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며 접속 차단을 풀어줬지만 여가부는 "잘못 판단하지 않았다"고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여가부는 내년 5월 셧다운제 재지정에서 셧다운제 범위를 모바일 게임까지 확장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19일 문체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게임 산업 규제 완화 발표를 했다. 양 부처는 게임산업 진흥에 향후 3년간 1557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웹게임과 온라인게임 규제를 완화하고 가상현실(VR) 등 융합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같은 달 25일 보건복지부는 게임·인터넷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청소년 대상 중독 선별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신설하는 안도 검토됐다.
지난달 27일에는 게임위가 등급분류 규정 개정안을 공포했다. 등급분류 신청절차 간소화, 비용 감소가 요점이다. 비영리 게임은 등급분류 없이 위원회 확인만으로 공개 가능해진다. 여명숙 위원장은 "게임제작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며 "(게임산업의)건강한 발전을 돕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내 게임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마약상이면 꼬박꼬박 세금 걷어간 정부는 대체 정체가 뭐냐"며 "고사 직전으로 몰아붙인 뒤 물과 거름을 조금 준다고 시들어버린 나무가 바로 살아나진 않는다"고 비평했다. 그는 "일부 부처의 규제 완화와 투자 수준의 미봉책으로 해결될 상황은 이미 지났다"며 고개를 저었다.
해외 게임업체 관계자도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지만 이미 중국에 밀렸다"고 판단했다. 이어 "프로게이머나 게임 개발자들이 국내 연봉의 5~10배를 받고 중국으로 넘어간다"며 "자본의 수준이 다른데 인력과 기술마저 넘어갔기 때문에 이제는 게임 개발 수준에서도 중국과 한국의 격차는 없어졌다"고 말했다.
중국의 게임사 텐센트는 지난달 모바일 게임 '클래시오브클랜'을 개발한 핀란드 게임사 슈퍼셀을 약 10조원에 인수했다. 텐센트는 2008년 '던전앤파이터'를 시작으로 한국 게임을 수입해 퍼블리싱 회사로 발돋움했다.
한국 게임을 서비스하며 번 돈으로 한국 게임사 지분도 사들였다. 넷마블게임즈에 5440억원을 투자했고 네시삼십삼분에도 1300억원을 투자했다. 파티게임즈 2대 주주이고 카카오 3대 주주다. 텐센트가 국내 게임사 지분 매입에 쓴 돈은 8000억원을 넘는다. 오버워치, 디아블로3를 개발·유통하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지분 12%도 가지고 있으며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개발·유통하는 라이엇게임즈는 아예 텐센트의 자회사다.
게임업계 한 개발자는 "모든 정부 부처가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수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게임 산업은 중국에 잠식당할 것"이라며 "국내 게임이 더 이상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전민돌격(한국 서비스명 백발백중)'에서 드러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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