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

'착한 커피' 한 잔이 절실한 세상

반응형
약 100년 전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지방 사람들은 커피를 사면서 한 잔 값을 더 내고 커피 한 잔을 맡겨뒀다. 일명 '맡겨 둔 커피(coffee sospeso)'. 커피를 살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을 위해 '착한' 커피 한 잔을 저축해 둔 것이다.

최근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위해 미리 돈을 지불하는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 운동이 확산 중이다.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브랜드 커피전문점은 물론 소규모 노천 카페까지 모두 착한 커피를 제공하겠다고 난리다. 불가리아에서는 150개 이상의 커피전문점이 서스펜디드 커피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국내에서도 일부 커피 전문점들이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에 뛰어들었다. 커피&번 프랜차이즈 '로티보이'의 '착한 아메리카노'가 대표적이다. 또 서스펜디드 커피는 지난 4월 조국 서울대학교 교수가 트위터를 통해 소개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커피를 기부한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지갑을 열었을까? 차가운 밤이슬에 몸을 누이는 노숙자와 직장을 잃은 50대 가장을 위해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선물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다. 

엄청난 액수를 자랑하는 '통큰' 기부만 멋진 기부가 아니다. 100년 전 이탈리아의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맡겨둔 사람처럼 인생의 '쓴맛'에 지친 영혼들을 위해 착한 커피 한 잔을 주문해 보면 어떨까?

/조선미 <글로벌부 기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