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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병곤 김수진 한은영(왼쪽부터) 등 새내기 감독들이 '한국영화 밤' 행사에서 환히
웃고 있다./칸=조성준기자 | 15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칸에서 개막된 제66회
칸 국제영화제가 어느덧 폐막을 이틀 남겨두고 있다. 올해는 세계적인 흥행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장편 경쟁 부문의 심사위원장으로 나서고,
코엔 형제와 스티븐 소더버그 등 이른바 '칸의 적자'들로 잘 알려진 명감독들이 무더기로 귀환하면서 영화팬들의 흥분 지수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강한 비바람으로 행사 진행에 차질이 빚어졌고, 각종 사건·사고가 빈발해 빛과 그림자가 교차했다.
한국영화는 올해 장편 경쟁과 주목할
만한 시선 등 주요 부문에 단 한 편도 초대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칸에 온 유명 국내 배우들과 기성 감독들이 전혀 없어, 취재진마저 예년에
비해 그 숫자가 손에 꼽을 만큼 현저히 적었다.
그러나 내적으론 알찬 소득도 많았다. 단편 경쟁 부문의 문병곤 감독과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의 김수진 감독, 비평가 주간의 한은영 감독 등 새내기 영화인들이 칸을 찾아 한국영화의 밝은 미래를 알렸다.
특히 문 감독과 김
감독은 해외 영화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연출작을 홍보하는 등 신세대다운 패기를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한밤중 길거리 카페에서 자신들을 알아본
아르헨티나 제작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유창한 영어로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며 농담삼아 차기작의 투자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문
감독과 김 감독을 비롯해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까지 중앙대 영화학과 동문이란 사실이 전해지면서, 칸에 온
한국 영화인들 사이에선 "올해 칸의 숨은 승자는 중앙대 홍보실"이란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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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예산 영화
제작사일수록 직원들의 '몸을 던진' 홍보는 필수다. B급 공포영화 전문으로 잘 알려진 트로마 프로덕션 직원들이 흉측한 괴물 가면을 쓰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칸=조성준기자 | 중국과 일본은 한국과 달리 장편
경쟁 부문에 모두 세 편이 올라 기세가 등등했다. 두 나라 취재진은 자국 진출작들이 상영될 때면 영화제 주 건물인 팔레 드 페스티벌을
점령하다시피 해 현장 분위기를 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들 영화의 공식 기자회견장에선 다른 나라의 취재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평단의 낮은 점수를 받았던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쉴드 오브 스트로' 기자회견에는 일본 기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일본어로만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촌극 아닌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모습에 영국의 한 중견 기자는 "취재진이 자국영화에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한국 취재진은 다른 나라에 질문 기회를 비교적 많이 양보하는 반면,중국과 일본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바깥에서 바라보는
평가도 중요하지 않나"라고 점잖게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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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에서도
메트로신문은 아침의 동반자다./칸=조성준기자 | 보스턴 마라톤 폭탄
참사 등 최근 빈발하고 있는 테러에 놀란 탓인지 영화제 측은 경비와 보안을 대폭 강화한 모습이었다. 주요 장소마다 가방과 몸 검사를 거쳐야만
입장할 수 있었다. 일부 취재진은 지나치게 까다로운 주최 측의 입장 검사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열 포졸이 도둑 한 명
못 잡는다'는 옛말처럼 사건·사고는 오히려 더 많았다.장편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칸을 찾은 크리스토퍼 왈츠의 야외 인터뷰 무대 인근에서 한
남성이 공포탄을 쏘아댔는가 하면, 유명 보석 브랜드의 직원과 중국 투자·배급사 고위 임원이 묵던 호텔 방에 도둑이 들어와 100만 달러 상당의
보석과 거액을 각각 훔쳐가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반까지 폭우에 강풍을 동반한 날씨가 이어져, 현지
특유의 청명한 햇살에 익숙해 있던 영화제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수 년째 칸을 찾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부산도
마찬가지로 해변을 끼고 있는 영화제일수록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는데, 칸의 올해 날씨는 정말 유별났다"며 "일반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문화
행사가 테러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최근 잦아지고 있어, 칸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도 행사 진행에 더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같다"고
귀띔했다./칸=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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