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의 달인인 리더 마이클(제시 아이젠버그)과 탈출 전문 헨리(아일라 피셔), 독심·최면술이 장기인 메리트(우디 해럴슨), 소매치기 잭(데이브 프랑코)으로 이뤄진 마술팀 포 호스맨이 라스베이거스 공연 도중 3초만에 파리의 은행 금고를 털어 관객들에게 나눠주는 전대미문의 절도쇼를 선보인다. 마술을 믿지 않는 FBI 수사관 딜런(마크 러팔로)은 이들의 범죄 행각을 밝혀내는데 실패한 뒤, 마술사들의 천적으로 유명한 태디어스(모건 프리먼)로부터 "포 호스맨의 진짜 목표는 다른 데 있다"는 충고를 듣는다.
케이퍼 무비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훔치려면 두 가지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장르의 특성상 우선 범죄 전개 과정의 묘사가 치밀해야 하고, 범죄의 당위성이 설득력을 지녀야 한다. 이 중 범죄의 당위성이란 표현이 얼핏 모순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이를테면 단순히 돈만을 노리고 범죄를 저지른다면 관객들의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는 뜻이다.
22일 개봉될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은 케이퍼 무비의 이같은 성공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다소 황당무계해 보이는 데이빗 커퍼필드 식의 마술을 절도의 한 방편으로 끌어와 신비롭고 화려한 분위기를 알린 뒤, 이내 치밀한 복선과 반전의 '성동격서'식 전개로 관객들의 뒤통수를 친다.
눈에 띄는 톱스타는 없지만 개성 만점 출연진의 차진 연기 호흡을 감상하는 맛도 쏠쏠하다.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해 어리숙한 천재 전문으로 익숙해진 아이젠버그는 소탈한 외모 속에 가려진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모건 프리먼과 마이클 케인같은 대배우들의 품앗이는 무게감을 더한다.
다만 '오션스…' 시리즈처럼 캐릭터들의 약점까지도 요긴하게 써 먹는 영리한 구석이 없다는 게 다소 아쉽다. 통쾌함은 넘쳐 흐르지만, 범죄 행각이 실패할까봐 조마조마해지는 대목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결말부로 갈수록 포 호스맨을 조종하는 배후가 누구인지 무척 궁금해질 것이다. 이럴 때면 두 번째 성공 공식인 범죄의 당위성을 되새겨보자. 한국형 케이퍼 무비로 잘 알려진 '범죄의 재구성'에서 창혁(박신양)이 왜 한국은행을 털었고, '도둑들'의 마카오 박(김윤석)이 왜 다이아몬드를 노렸는지 기억한다면 답은 의외로 쉽게 나온다. 12세 이상 관람가./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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