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 영웅의 힘마저도 두려움으로 다가온다면 그때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한다. 영웅의 반대편에 있는 이들, 바로 악당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자살 특공대'라는 이름처럼 악(惡)으로 더 큰 악을 제압하는 것이다.
DC 유니버스의 세 번째 작품인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전작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세상은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과 원더우먼 등 인간의 힘을 능가하는 '메타휴먼'의 등장으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미국 정보국 국장 아만다 월러(비올라 데이비스)는 또 다른 슈퍼맨이 등장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비밀 특공대의 창설을 계획한다. 악당들로 구성된 특수부대 '태스크포스X' 프로젝트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악당이 세상을 구하는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참신한 설정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원작 코믹스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캐릭터들의 조합도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특히 마고 로비가 연기한 할리 퀸은 영화 공개 전부터 유행을 이끄는 아이콘으로 떠오를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문제는 캐릭터의 매력 이상을 영화가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보여줬던 문제를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반복한다. 바로 서사의 빈약함이다.
악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영화의 관건은 이들을 어떻게 설득력 있는 인물로 그려내느냐에 달려 있다. 예고편이 공개됐을 당시만 해도 영화가 이 부분을 매우 기발하게 풀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완성된 영화는 이를 너무 쉽게 풀어나간다. '악당도 알고 보면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는 빤한 공식이다.
그래서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자연스럽게 서사의 힘을 잃는다. 악당들이 맞서 싸우는 진짜 '악'의 정체도 너무나 전형적이다. 통통 튀는 매력으로 출발한 영화가 끝날 때는 새로울 것 없는 흔해빠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된 느낌이다. 후속작인 '저스티스 리그'에 대한 암시가 영화 곳곳에 담겨 있다는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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