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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한혜진 "기특한 신랑 어쩜 그리 잘할까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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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혜진(33)의 가슴 시린 눈물 연기가 극장가를 뒤덮는다. 지난해 7월 결혼과 함께 방송과 연기활동을 중단했던 그는 SBS 월화극 '따뜻한 말 한마디'로 활동을 재개한 데 이어 22일 개봉한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로 한층 여유 있고 깊어진 감성을 드러내고 있다.

◆ 정통 멜로 내 성향과 딱 맞아

1년여 전 개봉한 영화 '26년'으로 날선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배우들의 로망인 정통 멜로를 선보였다. 이 영화에서 사채를 빌려 쓴 채 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를 병수발하다 빚을 갚지 못해 신체포기각서를 쓰게 되는 호정을 연기했다. 호정은 빚을 받으러 온 건달 태일(황정민)에게 끊임없이 거친 구애를 받고 결국 마음을 열고 사랑을 시작한다.

"영화든 드라마든 커다란 줄거리가 멜로인 작품은 처음 만났어요. 배우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게 정통 멜로인데 호정이라는 인물은 제 성향이나 기질과도잘 맞다고 생각했죠."

SBS '힐링캠프'의 진행을 맡으면서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뀌긴 했지만 호정처럼 낯선 사람에게 마음을 트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호정이 짊어진 삶의 무게와 코너에 몰린 그의 상황이 잘 이해됐죠. 그 순간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나타나 조금씩 마음을 열고, 차가운 내면이 녹기 시작하는 것도 저랑 많이 닮았어요."

의욕이 앞섰지만 막상 부딪힌 현장은 만만치 않았다. 영화적 장치는 최소화하고 오로지 배우의 감정만을 따라가다 보니 섬세하고 깊은 연기는 필수였다. 한 신도 수월하게 넘어갈 수 없었지만 이번 만큼 즐거웠던 현장은 없었다. 그는 "연기하는 게 이렇게 행복했던 적은 처음이다. 정말 깊이 몰입했고 이처럼 끈끈한 팀워크를 느껴본 적도 처음이다"고 촬영 당시를 돌아봤다.

무엇보다 진부한 신파로 흘러가지 않기 위해 매 매 신마다 감독과 배우 등 모든 스태프가 현장에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협력했다.

"스토리가 너무 진부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누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했어요. 남녀의 입장에서 각자 심리를 고민하고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도록 토론을 거듭했죠."

호정의 직장 계단에서 호정이 태일의 멱살을 잡아 끌며 키스하는 장면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대본에는 간단한 지문밖에 없었지만 현장에서 탄생한 이 장면을 보고 많은 남성이 좋아하더라고요. 의외의 모습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도발적인 연기를 한 번 해 봤죠. 호호호."

◆ 이제야 연기 재미 느끼기 시작

지난해 5~7월 촬영 중간에 기성용과 결혼해 이 영화는 미혼과 기혼의 한혜진을 모두 엿볼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다. 결혼과 함께 연기가 한층 안정됐다는 평을 받고 있고, 현재 '다뜻한 말 한마디'에 함께 출연 중인 고두심은 "예쁘기만 한 배우인 줄 알았는데 이제 진짜 배우로 느껴진다"고 칭찬했다.

"가볍게 넘길 것 하나도 깊게 생각하게 되고, 고집하는 것들 중 무얼 내려놔야 할 지도 알 것 같아요. 특별한 사람과 결혼하다보니 서로 양보해야할 점도 많은데 그러다 보니 결혼 후 달라졌다는 말을 참 많이 들어요. 여전히 제 연기를 보면 체할 것 같고 어색하지만 이제야 연기자라는 직업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요즘 기성용의 활약은 그의 연기 만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과 한국에서 떨어져 지내는 최근 한 달 사이 기성용은 3골을 몰아 넣으며 잉글랜드 프로축구에서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아내가 옆에 없으니까 남편이 더 잘한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듣고 있어요. 곁에서 내조를 못 해줘 미안하면서도 정말 잘해주고 있어서 고마워요. 남편이 출전하는 모든 경기를 꼼꼼히 모니터하고 경기가 끝나면 문자 메시지와 전화통화로 안부를 묻곤 해요. 그동안 고생 많았던 신랑이 정말 자랑스럽고 기특해요. 어쩜 그렇게 잘하나 모르겠어요. 호호."

·사진/황정아(라운드테이블)·디자인/박은지

  •  유순호 기자(s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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