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

[환율 美 바라기] ①원화가치 하락=수출 증가 공식 옛말?

반응형
▲ 자료=현대경제연구원

경기도에 둥지를 튼 자동차 부품업체 B사는 요즘 환율만 바라본다. 이 회사의 영업담당 부사장은 "달러가 강세를 보여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문제는 널 뛰는 환율이 하루에도 최대 두자릿수까지 널 뛰다 보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수입업체 C사는 어떨까. 이 업체의 재무담장 한 임원은 "환율이 1원 움직일 때마다 순이익이 많게는 수 억원에서 많게는 두 자릿수까지 왔다 갔다 한다"며 "환율이 오르면 손해보는 장사를 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오는 14일(현지시간)께 미국 트럼프 정부가 내놓을 환율 보고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에 따라 기업들의 득실(得失) 계산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원화값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장기적으로 통상 보복 등 실익이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불안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환율하락(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낙수효과'(내수 회복)도 예전 같지 않다.

◆美 의도와 다른 원화값 하락, 수출 증가 공식 옛말?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장밋빛이다.

바클레이즈, 모건스탠리, 노무라 등 10개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2.5%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올려잡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존 2.4%보다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세계 경기가 지금처럼 좋을 때 얘기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로 바뀌려면 수출이 잘 돼야 한다. 당장은 좋다.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은 반도체의 호황에 힘입어 5개월째 증가했다. 3월 수출액은 489억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3.7% 늘었다.

문제는 환율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데 있다. 미 재무부가 14일(현지시간)께 환율보고서를 내놓을 경우 환율이 널 뛸 가능성이 있다. 환율은 수출기업들에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다. 실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대·중소 수출기업 454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원화환율의 불안정'(42%)을 '개도국의 저가공세'(54%)와 함께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수출기업들은 보통 환율이 오르면 가격경쟁력이 좋아져서 매출이 늘어난다. 경제전문가들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0원 가량 오르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은 8000억원 안팎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각각 연간 1조2000억원, 1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자동차업계 매출이 연간 4200억원 감소한다.

하지만 환율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의 '엔저'가 주력 품목의 수출에 긍정적이지 않았다. 산업연구원(KIET)의 '해외생산 확대가 수출에 미치는 시사점'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은 2011년 이후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2014년 일본 수출은 6900억 달러로 3년 만에 15.8% 줄어 들었다.

보고서는 "엔화·달러 환율 가치 하락에도 수출 회복이 더딘 현상은 해외생산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기업 상당수도 해외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KIET측은 "일본에 비해 내수시장 규모가 작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일본의 정책 선택과 동향을 반면교사로 삼아 미래 정책수립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기업들의 수출과 환율의 상관관계도 떨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환율이 제조업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1992년 대비 27%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의 영향 그 자체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위안화 및 중국의 경제불안, 미중 갈등이 겹칠 때 충격은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 환율조작국 되면 관세·수입물량 제한 등 보복

유진투자증권 서보익 연구원은 "14일 미 재무부가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정상회담에서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100일 계획'에 합의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국제금융센터도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법이 규정하는 환율조작국 조건에 모두 해당하는 국가는 없으므로 중국이 이번 4월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장은 환호했다.

하지만 1% 확률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기축통화국과 맺은 통화스와프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과 중국이 맺은 560억달러(약 64조원) 규모 통화스와프가 오는 10월로 끝나지만 만기 연장은 불투명하다.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을 노골화 하고 있어.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적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지난해 8월 한국을 방문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만나 100억달러 규모 통화스왑 계약 협상 재개를 합의했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 1월 시민단체가 부산에 위안부 소녀상을 설치한 것에 반발해 협상을 중단했다.

만약 미국이 중국을 염두에 두고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을 완화하면 덩달아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관세·수입물량 제한 등 미국의 보복을 받을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 관련 논의는 중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한국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환율조작국 지정요건 중 중국은 한 가지에 해당하지만, 한국은 두 가지에 해당해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면 한국 또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처럼 환율관찰대상국에 다시 지정돼도 걱정이다.

서 연구원은 "한국도 환율조작국보다는 환율관찰대상국으로서 수입개방 확대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