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내하도급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상시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는 원청에서 직접 고용하고 산업재해도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등 최근 사내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차별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1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공시자료를 공개한 300인 이상 기업 중 51.1%(1766개 업체)는 파견과 도급 등 소속외노동자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속외노동자의 규모는 기업당 평균 270명으로 총 인원은 93만1250명이었다. 30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사내하도급의 수를 고려할 경우 사내하도급에 소속된 노동자의 수는 100만 명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 ▲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리뷰' 4월호. 정흥준 부연구원 '사내하도급 100만 명 시대, 문제점과 정책대안'
사내하도급이란 원청업체로부터 위임된 생산공정을 책임지고 수행하는 것으로 사내하청으로도 불린다. 사내하청업체는 노동자 조달은 물론 이들 노동에 대한 지휘감독도 맡게 된다.
애초 사내하도급은 경쟁열위의 사업을 아웃소싱함으로써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전략의 하나로 1990년대 도입됐다. 이후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많은 경우 인건비 절감 및 직접 고용관계 회피의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조선소, 철강 등 제조업은 물론 지하철, 통신 등 서비스 업종에서도 작업 중 사망사고의 대부분이 사내하도급 혹은 위탁업체 노동자들에게 집중돼 '위험의 외주화'란 자조적 신조어까지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사내하도급의 문제점은 크게 사회, 기업, 개인의 세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측면에서 사내하도급의 확대는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남을 의미한다. 기업 내부적으로 사내하도급의 증가는 불평등 확대 및 갈등적 노사관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개인적 측면에서는 고용의 외주화만이 아니라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개인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구조를 양산한다는 게 정 연구원의 주장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2016년 발표에 따르면, 주요업종별 30대 기업의 지난 5년간 사망노동자 245명 중 86.5%인 212명이 하청노동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정 연구원은 사내하도급 문제 해결은 기업 내 원·하청 간 격차축소가 아니라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원은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에 대한 논란을 사전에 예방하고 나아가 사내하도급의 규모 또한 줄일수 있는 방안은 제조업이든 비제조업이든 상시적인 업무의 직접고용 원칙"이라며 "그 방안 중 하나로 일정한 계도기간을 둔 후 기업 규모별로 사내하도급의 단계적 직접고용을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의 공무직 전환사례처럼 현재의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을 2년 동안 기간제로 고용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연구원은 이어 "경비, 식당, 청소 등 다양한 사내하도급 노동자의 고충처리, 산업안전 등에 대해서도 원청기업이 실질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사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안전사고의 지도와 책임이 원청사업주에 있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공공기관에서 시민들의 안전과 관련된 업무의 위탁은 적절하지 않은 만큼 안전과 관련된 업무는 직접운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도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 ▲ 11일 오전 울산시 동구 염포산터널 연결 고가다리 아래 철재 구조물에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조합원 2명이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 지난해 10월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9 거제 조선소 희망버스 출발, 고용안정호 제작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다단계 하도급 물량팀 구조를 폐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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