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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10년 경력의 남성 네일아티스트 나효길씨가 정성스레 고객의 네일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손진영기자 son@ |
'남녀유별(男女有別)'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 대한민국 남녀라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던 말이다.
유교적 관념과 관습 속에 철옹성처럼
존재해온 금남(禁男), 금녀(禁女)의 경계가 최근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다. '남자가 해서는 안 될 일' '여자가 해서는 안 될 일'로 명확히
구분됐던 직업의 영역에서는 더욱 확연하다.
올해 신임 검사 중 여성 비율은 무려 64%다. 여성 법관도 전체의 27.2%에 이른다.
군대에서도 여성의 약진은 눈에 띈다. 2007년 말 4959명에 불과하던 여군은 지난해 6월 현재 7647명으로 늘었다. 경찰대는 아예 신입생
중 10%(12명)를 여학생으로 뽑고 있다. 여성의 영역에 진출하는 남성도 늘고 있다. 특히 남자 간호사는 올해 국가시험에서 처음으로 합격자
1000명을 넘겼다. 여생도만 받던 국군간호사관학교는 지난해부터 정원의 10%(8명)를 남학생에게 할애하고 있다.
금남과 금녀라는
보이지 않는 벽을 뛰어넘어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여자라서, 혹은 남자라서 더 잘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같은 이유로 못하는 일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네일아트숍 네일라인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나효길(34)씨는 네일아티스트가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새 10년차 베테랑 네일아티스트가 됐다.
나씨는 학창
시절 컴퓨터 하드웨어에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레 IT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직장 생활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한참
고민에 빠져있던 시기, 여자친구를 따라 무심코 갔던 네일숍에서 삶의 진로를 수정하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직장을 그만둔 뒤 교육기관에 수강 등록을
했고,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안 아버지는 대노했고 부자 간에는 2년 넘도록 대화가
단절됐다.
초기엔 사회적인 편견이 부담스러웠고 여성 고객들의 컴플레인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기도 힘들었다. 여성 동료들과 고민을
나누기도 쉽지 않았고 적은 급여로 생활비를 대기도 녹록지 않았다.
"처음엔 '이런 게 왕따구나' 싶을 정도로 여성들의 텃세가
심했어요. 몇 달 동안 청소나 잡무만 전담했던 적도 있을 정도였죠."
하지만 네일아트의 다양하고 화려한 컬러에 매료됐고, 퇴근
후에는 일본 등 뷰티 선진국의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따로 공부도 했다.
"5년 정도 지났을 때 이사를 도우러 집에 갔는데
아버지께서 무거운 짐을 못 옮기게 하시는 거예요. 손으로 먹고사는 녀석이 손 다치면 밥줄 끊긴다면서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니까 아버지도
결국 인정해주신 거죠."
그는 남성들의 네일아트 등 뷰티 업계 진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희소성 때문에 남성의
강점이 더 도드라져 보일 수 있고, 특히 숍 운영·관리 파트는 남성이 성과를 인정받기 좋은 분야"라고 말했다.
남성
패션·헤어디자이너가 어색하지 않은 것처럼 네일아티스트나 메이크업아티스트, 피부관리사 같은 직종에서도 남성 종사자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 뷰티아카데미 관계자는 "최근 네일 분야 수강생 10명 중 2명가량은 남성"이라며 "그루밍족
등 남성 고객들이 늘고 있어 이 분야의 남성 전문가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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