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은 12일 침통한 표정으로 '윤창중 성추행 의혹'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장에 섰다. 이번 사태의 불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튀는 상황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청와대는 당초 박 대통령의 귀국일인 10일 밤 윤 전 대변인의 직속상관인 이남기 홍보수석의 사과로 상황을 수습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안이한 판단이었다.

회견 직후 성추행과 중도 귀국 정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부적절한 문구가 포함된 이 수석의 사과는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셀프사과'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사고 당사자인 윤 전 대변인이 불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11일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한데 이어 자신의 중도 귀국이 '이 수석의 종용'에 따른 것이라는 '물귀신 주장'을 펴 청와대를 곤경에 빠뜨렸다.

이에 이 수석이 당일 오후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중도 귀국'이 참모들간의 볼썽사나운 진실공방의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로 인해 허 실장이 불과 이틀 만에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됐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허 실장의 대국민 사과는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새 정부 출범 초기 장·차관 내정자들의 낙마 사태가 이어지자 3월 30일 김행 대변인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사과는 내용이나 형식에서 그때와 차이가 있었다. 당시 '17초 대독사과'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이날은 본인이 직접 나서 4분25초간 했다.

'송구' '죄송' '사죄' '사과'라는 단어를 여섯 차례나 사용했고, 회견을 시작할 때와 사과문 발표 직후, 연단에서 내려온 직후까지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