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는 보지 않으면서 수익만을 누릴 수 있는 투자 방법은 없을까. 만약에 증권사의 직원이 자발적으로 손실보전의 약속을 하면서 각서까지 써 준다면, 그러한 각서는 효력이 있을까.
원칙적으로 손실보전 각서는 무효이다. 손실보전각서는 증권시장의 본질을 훼손하고 안이한 투자판단을 초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설사 직원이 자발적으로 각서를 써 주더라도 법원은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고객과 증권사 직원이 두 손 꼭잡고 공증사무소에 가서 공증을 하더라도, 효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예외적으로 손실보전각서의 효력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증권사의 직원이 투자자에게 잘못을 저질러 손해를 입힌 후에, 그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뜻에서 사후에 손실보전각서를 써 줬다면, 그 손실보전각서는 손해배상의 합의로서 유효하다고 한다.
말은 쉬워 보이지만, 실제 사례에서 손실보전각서의 효력을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 1심과 2심을 거쳐서 대법원까지 결론이 뒤바뀌며 손실보전각서의 효력이 문제가 된 사례를 소개한다. 고객은 증권사 직원에게 1억 4천만원을 맡기고 선물옵션의 운용을 일임하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손실을 입고 투자 원금은 650만원만 남게 됐다. 고객의 추궁에 시달린 직원은 "연말까지 잔고를 1억 4천만원이 되도록 회복시킨다"는 각서를 작성하여 고객에게 제공했다. 그 후에도 원금 회복이 되지 않자 "차용금 1억 4천만원을 5월말까지 변제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강제집행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공증 각서를 작성하여 고객에게 주었다. 이 각서들의 효력은 어떠할까?
1심법원은 각서들이 모두 무효라고 판단했다. 손실보전각서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고, 고객이 매매 내역을 알고도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증권사 직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없어서 예외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등법원에서는 고객의 손을 들어줬다. 직원이 손실보전각서로 고객을 현혹하여 고객의 투자 판단을 그르치게 했기 때문에, 직원이 고객에게 손해배상금액을 갚겠다는 뜻으로 작성된 각서는 모두 예외적으로 유효하다는 것이다. 3심까지 간 끝에,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사건을 다시 파기하여 직원의 손을 들어줬다. 투자의 위험은 투자자가 스스로 부담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손해 보지 않고 투자 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방법이다. 좋은 직원을 만나 좋은 조언을 얻은 후에, 투자의 손실은 스스로 부담한다는 각오로 신중히 투자하는 것이 정석이다.
윤법렬 변호사 (KB투자증권 준법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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