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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Q&A로 풀어보는 국민연금과 삼성합병>그룹 전체 가치올라 국민연금도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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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게이트'로 삼성그룹이 지난해 진행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로고. /오세성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오는 6일 1차 청문회를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내 9대 그룹 총수들을 증언대로 불러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다루겠다며 벼르고 있는 가운데, 특히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싼 논란이 이슈가 되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 논란은 지난해 6월 9일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기 위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미 1심과 2심에서 패했으며 지난달 26일에는 대법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정당하다"고 판결하면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그런데 최근 두 회사의 합병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미 대법원에서까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두 회사의 합병을 다시 점검하더라도 객관적인 자료 위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상황을 객관적인 이슈로 점검해본다.

1. 두 회사 합병, 국민연금 손해봤나 

결론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다. 오히려 두 회사의 합병 이후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그룹의 전체 가치가 올라 국민연금에도 이득이 됐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 관계사들의 지분을 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에 대한 국민연금 보유 지분은 8.96%에 달한다. 호텔신라의 경우 최다 지분인 11.58%이며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삼성물산을 비롯해 삼성SDI,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기, 삼성증권, 삼성화재, 에스원, 제일기획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주식을 5% 이상씩 갖고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투자한 30대 그룹의 상반기 주식평가액 증가분 4조8000억원 중 56%는 삼성 관계사들에서 나왔다. 삼성의 9개 상장사 지분 가치가 21조5000억원에서 24조2000억원으로 2조7000억원(12.5%) 증가한 것. 이는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각 관계사별로 회사 경영도 안정적으로 개선되고 지배구조도 투명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에도 도움 

사실상 삼성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선진화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국민연금이 5900억원의 '평가손실'(중간 투자성적)을 봤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두 회사의 합병 뒤 일부 주식을 매각해 평가손실은 2000억원대다. 게다가 통합 삼성물산의 주가가 높을 땐 국민연금이 평가이익을 내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두 회사의 합병을 찬성한 것에 대해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주식 가치의 상승 여지 등을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한 것도 두 회사의 합병에 따른 단기적인 손익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금 측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삼성의 가치를 봤다는 의미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27일 이재용 부회장이 임시주총을 통해 등기이사직을 맡은 뒤 11월 29일 4조원에 달하는 배당 결정 및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거버넌스위원회 구성 등 글로벌 수준에 맞는 투명경영을 펼치고 있다.

3. JY, 박대통령에게 합병 요청했나 

이 역시 결론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다. 시기 상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대통령과 만난 시점은 두 회사의 합병이 이미 끝난 이후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의 주장처럼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의 면담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요청했다는 의혹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한 것은 2015년 7월 10일이고 삼성물산 주주총회는 7월 17일 이뤄졌다.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이 만난 것은 7월 25일이다. 

4. 홍완선 외에도 기관-외국인 투자자 만나 기업IR

당시 국민연금은 찬반 결정을 앞두고 내부위원회의 회의를 가졌다. 일각에서는 이 회의를 사흘 앞두고 국민연금의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만난 것에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는 투자자가 투자대상 기업인을 만나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점에서 의혹의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5년 국정감사에서 홍완선 본부장은 "주요 변동사항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며 "합병과정의 공정성 부분을 문의했고 주주환원정책과 향후 비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큰 손'인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당시 보유 지분이 1%도 되지 않던 네덜란드 연기금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투자자를 만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라는 의미다. 

5. 바이오 지분 확보, 삼성물산 미래성장동력 확보

합병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시가총액은 30조원 규모였지만 현재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23조원 수준이다. 시가총액만 보면 주주들이 큰 손실을 입은 셈이지만,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던 바이오부문 가치를 고려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당시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3%를 보유하고 있었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91.2%를 가지고 있었다. 구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은 4.9% 뿐이다. ISS는 통합 전 제일모직이 가진 바이오부문 가치를 1조5000억원대로 평가했다. 현재 통합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은 43.44%이며 평가액은 4조9000억원대에 이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10일 시가총액 9조원으로 상장했다. 공모가 13만6000원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지난 2일 14만2000원으로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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