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출원.
일반인에게는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개발특허로 연결시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또는 '이미 특허가 있을거야'라며 지레 포기하거나 출원 절차나
방법을 몰라 감히 도전할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유명한 과학자나 발명가가 아닌 평범한 여성 직장인이 2년여 만에 13건의
특허를 출원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모바일 오피스 전문업체 인프라웨어에서 '특허여왕'으로 불리는 유성옥(32) 과장을 만나 그 만의 비법을
들어봤다.
"2011년 업무 때문에 회의참석과 출장 가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정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자료를 받게 됐는데 나중에 찾으려고 하니 무척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문서명이나 내용이 아니라 '2013년 8월 27일 가평연수원'과 같이
시간·장소 등 이벤트로 문서를 검색하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떠올라 여러 달에 걸쳐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후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유
과장의 특허는 이처럼 업무처리 도중에 맞닥트린 작은 불편함에서 시작한다.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개선책을 찾다보면 뜻밖의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문장 내 필요한 부분만 선택 복사해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특허출원도 남편에게 문자메신저를 보내다 떠오른
아이디어란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덕분인지 남편이랑 IT·모바일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눕니다.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다보니 한 문장 내에 필요한 부분만 다중 복사할 수 없을까란 생각이 어느 날 문뜩 들었죠. 남편의 도움을 받아 특허를 출원해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유 과장이 지금까지 출원한 특허는 13개, 올들어 특허 출원을 준비 중인 것도 3~4건에 달한다.
이중 1~2건은 조만간 정식 등록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런 유 과장도 2년여 년까지는 특허를 다른 세상 이야기로 여겼다. 숙명여대
컴퓨터 과학과를 졸업하고 줄곧 IT업계에 근무해왔지만 특허출원은 애플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와 같은 전문가만 가능할 것이란 편견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업무차 만난 외국의 여러 기업인들을 통해 애플의 둥근 모서리가 특허로 인정받은 것처럼 단순한 것도 특허로 등록되는 다양한 사례를
접하게 되면서 '나도 한번 해볼까'란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보상체계까지 만들어 특허 출원·등록을 장려해 320여건의 사원 특허 출원을
자랑하는 회사 분위기도 유 과장의 도전의지를 불태웠다.
유 과장은 특허 아이디어를 얻는 자신만의 비법도 살짝 공개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눈을 크게 뜨고 잘되는 서비스, 잘 나가는 사람을 유심히 관찰한다는 설명이다.
"예전부터 잘되는 '남'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특허출원을 시작한 후부터는 좋은 서비스·기능·인물 등을 발견할 때마다 장점은 물론 개선책까지 고민해 문서로 정리했죠. 특히 간단한
것이라도 그림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습관을 기르다보니 하나둘 특허 출원이란 선물을 안겨주기 시작했습니다."
'인생 역전'보다는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들려준 '점을 이어라(Connecting the dots)'란 말을 믿는다는 유 과장은 "남 잘되는 것을 부러워하는
시간에 작은 것부터 직접 도전한다면 특허라는 거대한 산도 누구나 정복할 수 있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이국명기자
kmlee@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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