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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

가늘고 길게 ‘힐링’하는 한가위···최장 10일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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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홍재희(42) 씨는 이번 추석에 가족들과 동남아 여행을 떠난다. 경비절감에 나선 회사가 최대 9일간의 장기 휴가를 권장한 덕분이다. 처음에는 반대했던 어머니도 절에서 합동 차례를 지내준다는 이야기에 마음을 바꿨다. 은사님 등 지인들에게 보낼 선물도 예년처럼 직접 고르는 대신 온라인 쇼핑몰 실속형 제품을 선택해 부족한 여행비를 충당했다.



오랜 경기 침체와 긴 연휴로 인해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친지가 오순도순 둘러앉아 송편을 빚고 차례와 성묘를 지내는 전통적인 한가위 모습이 사라진 대신 추석대행음식과 해외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체면 대신 실속을 챙기는 선물문화도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실속형 선물 대세···선물 포기족까지=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한우갈비·고급와인 등 고가선물보다는 2만~3만원대 실속형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양말·샴푸·비누 등 생활용품 등으로 구성된 1만원 이하의 저가형 제품도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인기 선물 품목인 과일의 경우에도 기존 명절과일세트에 비해 한 개당 크기는 작지만 개수는 두 배 가까이 많은 실속형 세트의 판매가 지난해 보다 50% 가까이 늘었다. 롯데마트의 경우 띠지를 없애는 등 포장을 간소화한 제품을 선보여 호응을 얻고 있다.

아예 선물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는 이번 추석에 선물을 하지 않겠다는 대답이 지난설(3.6%)보다 3배 이상 급증한 11.6%에 달했다. 

◆상여금 대신 휴가···최장 10일도='쉴 때 제대로 쉬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추석 장기 휴무를 보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전국 53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번 추석 휴무를 '5일 이상 준다'고 답한 곳이 61.8%로 지난해 보다 9.8%포인트 이상 늘었다. 

실제로 LG전자는 기본 연휴에 16일과 17일, 23일까지 권장휴가일로 지정해 직원들은 최장 10일을 쉴 수 있다. 삼성SDI·LG디스플레이·대한항공 등도 기본 연휴에 16일, 17일을 더해 주말 포함 9일간 휴일을 권장하고 있다. 

◆차례도 절·성당에 맡긴다···여행객 급증=전·튀김 등 30~40 여종의 추석 차례 음식을 대신 만들어주는 차례 음식 대행업체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직접 준비하는 비용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20만~40만원의 비용으로 차례 준비를 끝낼 수 있어 신세대 주부 사이에 큰 인기다. 

아예 추석 차례를 절이나 성당 등에 맡기는 가정도 늘었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의 경우 추석 당일인 19일 세 번에 걸쳐 합동차례를 지낼 예정이다. 천주교 성당들도 한가위 명절 미사를 준비중이다.

이같은 추세가 확산되면서 명절 기간 가족끼리 여행을 떠나는 가정도 급증 추세다. 인천국제공항은 이번 연휴기간 35만 여명이 해외여행을 떠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국명기자 kmlee@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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