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미남' 고수(36)가
생활밀착형 연기로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연예계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잘생긴 외모를 자랑하는 그는 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서 평범한 소시민
연기를 실감나게 선보이며 외면보다 돋보이는 내면을 드러냈다.
영화는 2004년 벌어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마약을 운반한
혐의로 프랑스 경찰에 체포돼 2년 동안 해외에서 감옥살이를 하다 가까스로 한국에 돌아온 가정주부의 이야기다.
영화는 전도연이 연기한
송정연의 시점으로 흘러가지만 사건의 발단이 되는 남편 김종배(고수)의 행동이 얼마나 개연성이 있고, 이후 아내를 구하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느냐에 따라 관객의 몰입도는 달라진다.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을 수 있는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로 접근했어요. 친구나 사회에서 만난 동생들에게는 살갑게 대하지만 아내에게는 가깝다는 이유로 호통치며 소홀한 남편이
있잖아요. 빚더미에 앉은 집안을 일으키겠다고 잘못 된 선택을 하는 아내를 그곳으로 내몬 건 결국 남편이라는 걸 잘 보여줘야
했죠."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정해진 결말은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결국 가족이 겪는 시련과 극복, 회복의 과정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영화 성공의 열쇠였다.
"아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남편이 지식이나 인맥, 능력을 갖췄다면 상황은
달라졌겠지만 그러지 못해 힘들어하는 캐릭터죠. 실제 연기하면서도 답답함은 끝이 없었어요. 한 여자의 남자이자 가장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느꼈을 때 받는 좌절감을 표현하는데 집중했죠."
'집으로 가는 길'에서 무능한 김종배를 연기하며 쌓인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택한
작품이 드라마 '황금의 제국'이었다.
"'황금의 제국'의 장태주는 야망을
마음껏 펼치고 모든 행동을 자신이 결정하죠. 영화 촬영을 끝낸 후에도 해결되지 않던 답답함을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저도 모르게 씻어냈나
봐요."
남다른 비주얼을 한껏 살리는 캐릭터들도 많지만 그의 선택은 주로 그 반대로 향해왔다.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비드 조각상처럼 잘생겼다는 뜻으로 '고비드'라는 별명이 붙었고, 튀는 외모가 일상의 캐릭터를 만드는데 방해가 될 법하지만 그는 "그렇게
잘생긴 얼굴이 아니다"며 손사래를 친다.
"콜렉션을 찾아볼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좋아 그런 인물에 더 끌리나 봐요."/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사진/박동희(라운드테이블)·디자인/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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