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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권기봉의 도시산책] <66>복원되는 국내 첫 서양식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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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차이나타운 남동쪽 경계쯤에 수년째 공터로 남아 있는 '폐허'가 있다. 국내 첫 서양식 호텔로 알려져 있는 '다이부츠(大佛)호텔' 터다. 지난 1883년 개항과 함께 제물포에 몰려들기 시작한 외국인들을 겨낭해 일본 나가사키 출신의 호리 히사타로가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88년에는 원래의 호텔 옆에 붉은 벽돌로 3층짜리 서양식 호텔(사진)을 새로 짓는 등 호리의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아직 경인선 철도가 부설되기 전이었기에 제물포에 상륙한 뒤 서둘러 서울로 떠나지 않으면 그곳에서 하루를 묵어야 했고 또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던 탓이다.

하지만 1899년 경인선 철도가 개통되면서부터 상황이 바뀐다. 사람들이 제물포에 묵을 필요 없이 곧바로 서울을 오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급기야 1910년 조선이 일본에 강제병합된 이후에는 조선을 찾는 서구인들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다이부츠호텔은 자연히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1918년 '중화루'라는 중국음식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해방 뒤인 1978년에는 아예 건물 자체가 헐려 사라져 버렸다.

영영 사라져버린 듯했던 다이부츠호텔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난 것은 지난 2011년 말이었다. 다이부츠호텔 터에서 새 빌딩을 짓기 위한 터파기 공사를 하던 도중 그 지하구조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벽체와 지상과 지하를 잇는 계단마루를 놓기 위해 만든 구조물 등이 발견되면서다. 이 땅 최초의 서양식 호텔의 흔적이 온전하게 발견됐다는 점에서 개발보다는 원형 보존 필요성이 대두됐다.

인천시와 인천 중구청이 얼마 전 다이부츠호텔 복원을 위한 학술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가졌다. 짓기도 쉽고 부수기는 더 쉬운 요즈음 세태에 비춰봤을 때 역사의 기억을 담고 있는 건축물을 복원하기로 결정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일개 숙박업소로서가 아니라 지난 시대의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가치를 지닌 공간으로 재탄생할 다이부츠호텔. 그 모습이 자못 궁금해진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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