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금융

[금융 사각지대를 없애라①] '손 안의 은행' 모바일뱅킹, 노인도 편할까?

반응형
▲ 9일 광주 남구 노대동에 위치한 빛고을건강타운의 '어르신전용라운지'에서 어르신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금융 서비스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인터넷뱅킹 등 스마트한 서비스가 늘었다. 하지만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특화 서비스의 필요성도 커졌다. 노인층과 장애인, 외국인 등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고, 누구든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메트로신문은 '금융 사각지대를 없애자'를 주제로 시리즈를 시작한다. 

이른바 '손 안의 은행'으로 불리는 각종 모바일 뱅킹이 쏟아지는 가운데 스마트 기기에 취약한 어르신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정보기술(IT) 기반 환경에 익숙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크기가 작아 다루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달부터 비대면 실명확인제가 도입되면서 시작된 은행들의 핀테크 경쟁으로 노인층의 소외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은행에서 번호표 뽑아 기다리는 게 편해"

이희순씨(75)는 복지관 가는 길에 자주 은행을 찾는다. 주로 출금이나 예금 등의 간단한 업무를 이용하지만 반드시 직접 은행에 가서 처리한다. 할머니에게는 대면 거래가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뱅킹 등의 비대면 거래 보다 쉽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그래도 사람한테 가서 (금융 거래를) 해야 내 돈이 잘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확실히 처리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휴대폰은 너무 작아서 글씨도 잘 안 보이고 그냥 은행 와서 기다렸다가 직원한테 말해서 업무 보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번호표를 뽑아 순서를 기다리던 이 할머니는 20분이 지나서야 창구에 가서 예금과 이체 업무를 진행했다. 은행 직원의 도움을 받아 간단한 출금 정도는 ATM기기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스마트폰을 통한 금융거래는 도무지 시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는 것이 할머니의 입장이다.

이 할머니 처럼 고령 금융소비자들은 충분한 설명과 상담 없이는 복잡하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이해하고 다루기 쉽지 않다. 인터넷·모바일 뱅킹은 물론이고 자동응답기(ARS)를 통한 금융거래도 IT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에게는 불편할 따름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연령대별 스마트폰 뱅킹 등록고객을 보면 30대(29.8%), 20대(29.6%), 40대(20.8%) 등으로 젊은층의 이용률이 높았다. 50대의 비중은 11.7%, 60대 이상은 4.6%로 가장 적었다.

◆금감원, 고령층 금융서비스 개선 시도 

이 같은 상황에 지난 9월 금감원은 '고령자·유병자·장애인·외국인 등을 위한 금융서비스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5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의 25%(1300만명)에 이르는 만큼 고령의 금융소비자를 위한 금융서비스가 개선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시중 은행의 지점에 55세 이상 고령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어르신 전용 상담 창구'가 설치된다. 이 창구에서는 직원 1명을 전담 직원으로 배치해 고령자와 장애인을 대상으로 금융상품 가입 등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어르신 전용 전화'도 설치된다. 자신이 이용하는 은행에 고령자로 등록하면 전화로 계좌이체·만기연장·재예치·공과금 납부 서비스를 은행 직원이 처리토록 할 수 있다. 은행별 대형 점포나 고령자 고객이 많은 점포를 중심으로 도입되며 향후 보험·증권사에도 순차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금융교육부터 노인 전용 점포까지 

은행권에서도 고령인의 금융서비스 개선을 위해 점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금융취약계층인 어르신을 대상으로 '대포통장 및 보이스피싱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회·노인 복지관, 실버대학, 경로당 등을 방문해 올해 총 20회 동안 누적 1300명에게 교육을 진행했다.

또한 은퇴 준비고객 및 은퇴고객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은퇴세미나 '웰리치 100 세미나'도 진행하고 있다. '행복한 노후, 건강한 노후'를 주제로 열리는 세미나는 올해만 약 60~70여회가 실시됐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서울시노인종합복지관협회와 어르신들의 금융사기 예방교육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협회 산하 33개 노인 복지관을 대상으로 신한은행 직원 강사들이 직접 방문해 '골든벨! 실버벨!' 등의 다양한 금융사기 예방교육을 진행했다. 

KB국민은행은 인터넷뱅킹 가입 신청, 공인인증서 만들기 등 거래 화면에 동영상을 제공해 고령층 고객이 쉽게 인터넷 뱅킹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에서도 기존 화면보다 가독성 높은 큰 글씨와 필요한 정보만 입력하는 '큰 글씨 이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JB금융지주 광주은행은 지난 8월 광주 남구 노대동에 위치한 빛고을건강타운에서 '어르신전용라운지'를 개점했다. 인터넷 뱅킹, 스마트폰 뱅킹 등 비대면 채널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특화 점포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