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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

이재용식 실용주의로 새판 짜진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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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정은미기자] 삼성그룹이 지난 1일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9일 조직개편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번 인사는 올 들어 실질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하의 첫 인사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이 부회장은 주요 계열사의 핵심 경영진을 유임시키며 조직의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조직개편에 있어서는 방대한 기존 조직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면서 성과 중심의 실용적 조직체계를 재구축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구해 '이재용식 실용주의'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9일 삼성에 따르면 지난 8일 통합 삼성물산과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시작으로 이날 삼성전자, 삼성SDI 등의 전 계열사들이 조직개편을 끝냈다.

이번 조직개편을 살펴보면 계열사 대부분이 사업부문을 그대로 유지해 외형상의 변화는 크지 않지만 내부 팀과 그룹들의 대규모 통폐합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했다. 몸집이 줄어든 만큼 효율적 형태로 일부 조직에 변화를 줬다.

이날 조직개편을 실시한 삼성전자는 계열사 중 가장 큰 폭으로 단행했다. 회사 측은 "경영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원조직은 효율화를 지속하고 현장에 자원을 집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바이스솔루션(DS),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등 3개 사업부문은 기존대로 유지되지만, 부문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하부 팀이 신설됐다.

DS부문은 반도체산업 격변기에 대비하기 위한 신사업 전담 조직이 새로 생겼고, CE부문 내에서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사업부에는 'AV사업팀'이, 무선사업부에는 '모바일 인핸싱(Mobile Enhancing)팀'이 설치됐다.

미래 주력 사업인 스마트카 관련 사업부도 신설됐다. 단기간 내 전장사업 역량 확보를 목표로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향후 계열사간 협력도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반면 지원 조직은 과감하게 줄이고 현장인력은 늘렸다. 글로벌마케팅실은 글로벌마케팅센터로 축소됐으며 경영지원실 기획팀·재경팀·지원팀·인사팀 산하 조직도 축소됐다. 경영지원실 글로벌협력팀은 커뮤니케이션팀 산하로 통합됐고 커뮤니케이션팀 산하의 IR그룹은 경영지원실장 직속으로 이동했다.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통합 삼성물산은 지난 8일 4개 부문(리조트, 패션, 상사, 건설)으로의 조직개편을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통합 시너지를 내기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 

옛 제일모직 건설부문을 삼성물산 건설부문으로 이관하고 건설사업을 떼낸 리조트부문은 1개 사업부, 2개팀 체제로 운영한다. 상사부문은 기존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패션부문은 기존 상품본부 등 사업본부를 총괄하는 상품총괄본부를 신설하는 한편 기존 브랜드별 직제를 직무별로 개편했다.

또 통합 삼성물산은 각 사업부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부문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참여하는 시너지협의회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사업부문별 핵심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 창출,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장기성장 기반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은 9일 기능별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삼성SDI가 지난 10월 롯데케미칼에 화학 관련사업을 매각하며 전기차 배터리 기업으로 재탄생한 만큼, 전기차 배터리 관련 조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이 진행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화재·증권도 지난 8일 나란히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삼성생명은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두고 변동을 최소화한 반면 삼성화재는 '현장 강화'를 위해 영업력을 확대확대했다. 또 삼성증권은 이번 정기 개편을 통해 자산관리·영업채널·투자은행(IB) 부문 강화에 나섰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비서실도 예외 없이 조직이 개편됐다. 삼성은 전략 1·2팀을 합쳐 '전략팀'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전략2팀장을 맡았던 부윤경 부사장은 삼성물산 상사부문 화학소재사업부장으로 이동했다.

또한 이건희 회장의 의전을 담당했던 비서실은 작년 5월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한 후 업무가 줄면서 소속 직원들이 미래전략실이나 삼성전자 등으로 배치됐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올해 인사를 보면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적 경영철학이 계열사 인사 곳곳에서 드러난다"면서 "경제 저성장 기조 속 장기 성장을 위한 다양한 미래 먹거리 사업부 신설로 그룹 경쟁력 또한 강화하려는 의지가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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