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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김주혁 "사극의 '사'자만 들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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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일사극 '구암 허준'의 종영을 사흘 앞둔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만난 김주혁(41)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뜸 "올해 배우들 중에서 내가 가장 힘들었을 것"이라고 그간의 고생을 토로하며 웃었다. MBC가 처음으로 일일사극을 파격 편성하면서 사극을 주5일 방송에 맞춰 촬영하는 극한의 강행군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 정신력으로 버틴 나날

평소 솔직한 직설 화법이 인상적인 김주혁은 이날도 "지난해 출연한 MBC '무신'에 이어 사극을 2년 연속 했더니 확 늙어버렸다. 화면을 보면 '나도 늙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았다"며 껄껄댔다.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텼어요. 초반 출연 분량이 80~90%라서 정말 힘들었죠. 그런데 연장까지 들어가니 미치겠더라고요. 이젠 16회 분량의 미니시리즈를 찍는다면 일도 아닐 것 같아요. 우리 후속작에 출연할 배우들이 벌써부터 걱정이 되네요. 하하하."

이번 출연으로 1975년 MBC '집념'에서 허준을 연기한 아버지 고 김무생의 대를 이어 같은 인물을 연기했다. 뜻 깊은 기록을 세운 그는 "사극은 힘들어서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버지 생각에 출연을 결정했다"면서 "출연 후에는 내가 힘들 때마다 한약을 챙겨줄 정도로 격려해준 동료들 덕에 버틸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 허준에 몰입 '때 아닌 눈물'

종영을 가장 아쉬워한 건 어머니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줄곧 어머니를 모시고 둘이서 살고 있는 그는 "어머니가 '매일 아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는 낙으로 올해를 보냈는데, 이젠 그 낙이 없어지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털어놨다.

김주혁 역시 겉으로는 힘든 촬영이 끝나서 속시원하다고 하면서도 허준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적지 않아 보였다. "허준에 몰입해 살아보니 그의 감정에 빠져 우는 장면이 아닌데도 울 때가 많았다. 촬영은 힘들었지만 대본이 좋아서 재미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한의학에 대해 배운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침 놓을 줄은 모르고 뽑을 줄만 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래도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로 가장 힘들게 촬영했다는 이 작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배운 점도 많았다.

"고생한 만큼 보람이 많아요. 저 역시 많이 변했죠. 정신력 하나만큼은 늘은 것 같아요. 또 주연배우로서 현장 분위기를 책임지면서 나이 지긋한 선배들과 잘 지내는 법을 터득한 점도 수확이죠. 예전엔 대하기가 어려웠는데 한결 편해졌어요."


# 악역 캐릭터 하고 싶어

또 사극에 출연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사극의 '사'자도 듣기 싫은 듯 난색을 표했지만 이내 "연산군이나 수양대군 같은 매력 있는 악역이라면 또 해보고 싶다"고 배우 본능을 드러냈다. 이어 "다만 내년은 말고 내후년에 해보고 싶다"고 웃으면서 조건을 달았다.

사극에선 잔뜩 무게를 잡고 나왔지만 평범한 남자다. 2년간의 사극 촬영에 지쳐 올 하반기는 쉴 계획이라는 그는 "촬영이 끝나서 좋긴 하지만 할게 없어서 슬프다. 2년 동안 촬영하느라 바빠서 사람들과 못 만났더니 이젠 연락도 안 와서 외롭다. 쇼핑하러 일본에 여행가고 싶은데 방사능 때문에…"라고 말을 흐렸다.

/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사진/나무엑터스 제공·디자인/김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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