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와 '관상'으로 올
한해에만 1850만 관객을 동원한 송강호(46)의 관객몰이는 끝나지 않았다. 2013년을 10여 일 남겨두고 마지막 히든카드를 꺼내든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송우석 변호사로 출연한 '변호인'(19일 개봉)은 작품 선택부터 완성되기까지 한 순간도 허투로 보내지 않고
치열하게 매달린 영화다.
-올 하반기에만 세 번째 개봉작인데 기분이 어떤가.
올해 같이 행복한 해가
있으면 우울할 때도 있다.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좋아하거나 우울해할 필요가 없다. 18년 동안 그런 마음으로 연기해 왔다.
관객들은 '올해 송강호가 왜 이리 많이 나오나' 할 지 모르지만 장르와 캐릭터가 모두 달라 다행이다. 과거와 미래, 현대까지 시공간의 차이도
있어 그렇게 질리지는 않을 것 같다.
-이번 작품은 홍보도 더 열정적이면서 조심스러운 것
같다.
정치적으로 편견을 가지기도 하고 '왜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고 '그분'이라고만 표현하느냐'며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걸 계획하거나 약속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헌정이나 미화를 위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잣대로 대하지
않았으면 하는 뜻이다. 물론 모티브를 가져왔지만 그 시대를 열정적으로 산 인물 자체에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뭔가.
영화가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의 말처럼 만들어졌다면 나도 걱정할
텐데 막상 본다면 영화의 지향점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거다.
-출연 제의를 한 차례 고사하고 일주일간 고민한
이유는 뭔가.
그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감히 일개 배우가 제대로 표현할 능력이 있을까
고민됐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정치적 입장이 궁금하다.
배우 송강호를 떠나서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며, 가장 상식적인 국민 중 하나다. 80년대에 보여준 이 분의 삶의 태도나 가치관, 치열하게 살아간 열정에는 나뿐 아니라
누구나 존경심을 가질 것이다. 단 연기할 때는 철저하게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본 적이
있나.
두 차례 만났다. 2003년에 모범 납세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을 때 수십 명 중 한 명으로 멀리서 다과를 한 적이 있다.
2007년 '밀양'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고 왔을 때 영화 관계자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영화를 보면 이따금 노
전 대통령의 성대모사처럼 들리는 장면도 있다.
모사를 위해 연기한 부분은 없다. 내가 캐스팅된 첫째 이유가 부산 출신이고 그 당시의
지역적·인물적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할 것 같아서였다. 그러다 보니 비슷하게 들릴 수 있었을 것이다.
-1980년대는 어떻게
보냈나.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연극 무대라는 5가지 키워드가 모두 80년대에 포함된다. 그만큼
특별했다.
-법정 신을 비롯해 대사가 정말 많다.
'관상' 때 대사가 너무 많아 힘들었다. 그 뒤에 온
'변호인'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대사량이 있을 줄 몰랐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대사가 많은 영화다. 후반부 다섯 차례의 법정 신은 정말
철저히 준비했다. 자칫 경직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다섯 차례 모두 키 포인트를 달리하며 리듬을 타듯 연기했다. 경기도 양수리 세트장에서 열흘 동안
촬영했는데 5일 전 세트장에 미리 들어가 연습했다. 미리 현장에 가서 연습한 건 영화 일을 하면서 처음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뭔가.
4차 공판 장면인데 고문 경찰관인 차동영(곽도원)을 향해 '진실을 얘기해라. 그게 진짜 애국이야"라고
하는 대사다. 또 헌법 조항을 외우고 연기하다 보니 삶의 이상향이 담긴 헌법의 언어가 참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사진/박동희(라운드테이블)·디자인/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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