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메트로신문
사옥을 직접 찾은 김태희(32)는 너무 더워서 진땀이 흘러도. 하이힐을 신고 3층 계단을 오르느라 다리가 아파도 미소 한 번 잃지 않고
"괜찮다"는 말만 연발했다. 얼마전 첫 사극 도전작인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끝낸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감사할 일들이 참 많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특유의 부드럽고 선한 미소를 얼굴에 가득 띤 채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 하루 1~2시간 쪽잠
강행군
지난 5개월간 역사 속에서 장희빈으로 불리던 장옥정을 열연한 그의 눈빛에는 배역을 떠나보낸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종영 직후에는 드라마가 끝난 게 너무 시원했어요. 하루 1~2시간 쪽잠을 자는 살인적인 스케줄 탓에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고
촬영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섭섭한 마음이 커졌답니다."
남성 팬들은 '천하의' 김태희가 씻지 않는다는 건 상상도 못할
거라는 말에 "샤워를 하면 화장과 머리 손질을 다시 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은 뒤, 체력뿐 아니라 심적으로도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낮은 시청률과 연기력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처럼 조마조마하면서 연기한 적은
처음이었어요. 밤샘 촬영을 해도 아침에 일어나 시청률 먼저 확인하는 게 일과였죠. 시청률 0.1%가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닫게
됐어요."
# 비와의 데이트? 그냥
웃지요
다행히 연기력 부분에서는 혹평보단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호평이 더 많이 쏟아졌다. 요부처럼 왕을 유혹하고 다른 여인들을
상대로 투기를 일삼는가하면, 절절한 사랑에 눈물짓고 희생하는 등 한층 풍부해진 표현력으로 새로운 장희빈을 만들었다.
"방영 초반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안심했다가 중반에 연기력 논란이 일자 좌절감이 들었어요. 그래도 열심히 하면 알아봐 주겠지라고 마음을 다잡고 옥정이에게
감정을 이입하려고 애쓰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어요. 다행히 마지막엔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신기하고 감사했죠."
특히 '천국의
계단' 이후 10여년 만에 선한 캐릭터를 벗어 던진데 대해 "이전엔 선해보여서 걱정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번에는 독한 역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었다. 아마 힘든 경험을 하면서 독해진 것 같다"고 깔깔댔다.
그저 예쁘기만 한 줄 알았는데 보면, 볼수록 연기 욕심이
넘쳐흐른다. 계획을 묻자 "몸은 힘들어도 에너지가 넘친다. 다음 작품을 빨리 하고 싶다"면서 큰 눈을 더욱 동그랗게 떴다. 그러나 10일
전역하는 남자친구 비와의 데이트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환한 미소로만 답을 대신했다.
사진/이완기(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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