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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

불편한 청약 열기...강남 슈퍼리치 사모 부동산펀드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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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인 김 모씨는 20억원대의 운용자산(올해 상반기 기준)을 보유한 큰 손이다. 그는 물려받은 자산과 금융상품 투자로 생활하는 '위험 중립형' 투자자로 분류된다. 사모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가 쓴 맛을 본 그는 부동산투자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수십 대 일의 청약 경쟁률에 입이 떡 벌어졌다. 고심 끝에 은행 PB를 찾았다. "사모 부동산펀드에 투자하면 직접투자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권유에 3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처에 굶주린 강남 슈퍼리치들의 뭉칫돈이 사모 부동산펀드로 몰리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고수익'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온 이들 사모펀드는 출시하자마자 거액 자산가에게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 일반을 대상으로 한 공모펀드와 달리 300억~500억원 안팎의 자금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치고 빠지기식'의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자본시장까지 퍼진 부동산 광풍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펀드의 레버리지 비율은 64.4%에 달한다. 헤지펀드(2014년말 기준, 63. 0%)보다 높다. 금리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이자비용(수익률 하락)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올 한 해 8조원 몰려 

18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사모부동산펀드 설정 잔액은 41조9207억원에 달한다. 

지난 8월 40조원을 넘어선 이후 꾸준한 증가세다. 올해 신규 펀드 조성액도 7조9420억원에 달한다. 매달 8000억원 가량의 뭉칫돈이 들어왔다는 얘기다.

지난해 전체 증가액인 5조5525억원 보다도 2조원 이상 많다.

판매 한도가 조기에 소진될 만큼 인기다. 

신한은행 PWM센터를 중심으로 자산가들에게 판매된 '신한BNPP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투자신탁18호'에는 600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애초 220억원을 모집할 예정이었다. 이 상품은 서울 서소문 동화빌딩을 유동화한 사모부동산펀드로 연 5~7% 가량의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경PSG자산운용이 운용하고 IBK투자증권이 판매한 200억원 규모의 사모 부동산펀드는 한 달(3월) 만에 자금 조달을 끝냈다. 서울 합정동 삼성화재 사옥에 투자해 연 6% 수익률을 거두는 것이 목표다.

지난 2월 말 코람코자산운용은 20여명의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제1호 블라인드 펀드를 설정해 연 6.5%의 안정적 배당(매각차익 미포함)을 목표로 운용 중이다. 블라인드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투자 전략과 투자 대상에 대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만 정하고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후 투자 대상을 발굴·투자하는 구조다. 

뭉칫돈은 몰리지만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신통치 않다. 부동산 인수가격이 덩달아 뛰고 있어서다. 특히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투자 수익률이 5~6%를 유지하기 힘든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의 이장욱 과장은 "부동산 펀드의 경우 레버리지비율(부채/자본)이 상대적으로 높고 이자비용 부담도 크다"면서 "향후 경제여건 변동 시 투자수익률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늘어나는 해외 투자 거품꺼진다면? 

이 때문에 국내 보다 해외에서 수익을 내려한다.

사모 부동산 펀드의 절반가량이 해외 사모 부동산 펀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해외 부동산 펀드(공·사모) 설정액은 18조4511억원(14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보다 6조9390억원 가량 늘었다. 지난 몇 년 간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도시 부동산 가격이 눈에 띄게 오른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이지스자산운용이 관리하는 부동산 사모펀드 파이오니어 홀딩스와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해비치 호텔앤리조트(해비치 호스피탈리피 괌)는 최근 미국령 괌의 '웨스틴 리조트 괌'(객실 432실)을 1억2500만 달러(1485억여원)에 매입했다. 지난 10년간 괌에서 발생한 부동산 거래 중 최대 규모로, 특히 한국 투자자에 판매된 최초의 괌 리조트로 알려졌다.

하나자산운용은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HMC투자증권 등 3개 증권사와 전문사모형 부동산펀드를 조성해 다국적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의 미주 본사 사옥을 인수했다. 이 건물은 미국 뉴저지주(州) 프린스턴 바이오헬스케어 클러스터에 있는 연면적 67,921㎡ 규모의 오피스 빌딩으로 전체 인수가는 3억500만 달러(약 3500억원)다. 노보노디스크가 미주 본사 용도로 최소 15년 이상 장기 임대해 연간 7∼9%대의 수익률이 기대된다고 하나자산운용은 전했다. 

하나자산운용이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PT Bank KEB Hana) 본점 빌딩 인수를 위한 부동산 펀드를 조성한다. 하나자산운용은 기관과 개인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동시에 자금을 유치하기로 했다. 하나자산운용은 새로 만드는 부동산 사모펀드의 예상 수익률로 6%대 초반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증권은 고객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내년 6월 사모형 부동산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8월 삼성증권이 삼성SRA자산운용 등과 함께 9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독일 최고층 빌딩인 코메르츠방크타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모집한도는 4000억원가량으로 계획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5년 뒤 코메르츠방크타워를 매각할 계획이다. 

그러나 해외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올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진다면 높은 가격에 사들인 해외 부동산 자산이 급격하게 부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8월 발간한 '국내 대체투자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부동산간접투자의 투자수익률이 저하되고 해외 대체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의 경우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경기 침체 영향으로 부동산 자산에서 -47.9%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손실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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